최근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까지 탈원전 정책기조에 반대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10일 광주에서 열린 BIXPO 행사 후 가진 기자단 간담회에서 "현재 24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2030년에도 24%의 발전량을 담당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전 비중이 작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원전 비중(24기, 건설중 2기 포함시 26기)이 적정하다고 보지만, 그보다 더 많은 원전 비중이 바람직하다는 국민 의견이 대다수이고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그때 다시 논의할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정 사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자신의 소신도 피력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에 관한 논의가 지나치게 양극화 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특정 전원에 대해 지나치게 우호적이거나 비판적인 논의가 형성되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밝힌 것.
원전 투자에 대한 소신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전통 원전을 늘리겠다는 나라도 있는 반면 소형모듈형 원자로(SMR) 같은 혁신형 원전에 대한 기술개발 투자를 늘리겠다는 곳도 있으며, 우리도 혁신적인 원전기술에 대한 투자는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탈원전을 정책기조로 채택한 정권 아래에서 공기업인 한전사장에 임명된 사람이 한 말인지 의아할 정도로 정권 정책 기조에 반하는 말들을 쏟아냈고 이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한전은 해명자료까지 배포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원전 이슈에 대해 그동안 한국전력이 취해온 신중한 태도를 감안할 때 이날 발언은 다분히 의도된 발언에 가까워 보인다. 정승일 사장은 그동안 원전 찬반논의를 극도로 자제해 왔었고 이날 간담회는 기자들을 상대로 한 자리였던 만큼 자신의 발언이 기사화될 것이란 점은 쉽사리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리 임기가 4달 밖에 남지 않은 '레임덕'이라지만 공기업 전체의 인사권을 쥔 현직 대통령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인데도 발언을 강행한 배경에는 현재 처한 한전의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국전력과 6개 발전자회사들은 간신히 적자를 면하거나 적지 않은 적자를 내는 상황이라 자체 수입원으로는 이 재원을 조달할 길이 없다. 12일 한국전력이 내놓은 2021년 1~9월 결산실적을 보면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액이 1조 1298억원이다. 여기엔 발전 자회사들의 실적이 모두 포함됐다.
발전 원가는 올라가는데 전력요금은 그대로인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한전이 독자적으로 경영효율을 이뤄낼 방법은 '마른 수건 쥐어짜기' 외엔 없다. 갈수록 힘겨지워지는 경영여건에 탄소중립까지 챙겨야 하는 산넘어 산인 상황에 임기말이란 특수상황을 고려해 한전이 한번 내지른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을 통한 탈 탄소는 한전 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모두의 문제이고 한국의 운명이 걸린 문제기이기도 하다.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등 대선후보 누구도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추수적으로 따를 사람은 없다. 따라서 앞으로 원전논의는 봇물이 터질 것으로 보인다. 누구보다 논의의 진전을 바라는 곳은 한국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