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청 신청사 사업이 정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업 자체가 표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해운대구가 이미 올해 초 사업 적정성 조사에서 재정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도 별다른 보완 대책 없이 행정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가 지난달 해운대구 신청사 건립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한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재원 확보 방안이다.
해운대구는 한진CY부지 개발에 따른 기여금 600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부산시가 난색을 보이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해운대구는 이 600억원을 자체 기금 등 구비로 해결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해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단기간에 구비로 마련한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재정 확보가 불확실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확인 결과 해운대구는 지난 4월 사업 적정성 재조사 용역에서 이미 비슷한 문제점을 지적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용역을 진행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조사 결과에서 "재원 조달 측면에서 준비 정도는 불확실성이 높고, 지방채가 포함되는 등 미흡하다"며 "자체 재원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구체적으로 해운대구가 2025년까지 창사 건립 기금 371억원을 모아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기준 적립 기금은 222억원에 불과해 목표 달성이 불투명하다고 연구원은 판단했다.
또 지방채를 발행하겠다는 구 계획 역시 2019년 기준 지방채 발행 한도가 35억원에 불과해 한도 규모를 초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비로 지원받겠다는 100억원은 부산시와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고, 공공기여금 600억원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당시 연구원 의견이었다.
이처럼 기초적인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부터 재정 확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놓고 별다른 보완 대책 없이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한 만큼, 재검토 결정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재검토' 결정을 내린 것은 사실상 사업 '탈락'과 같은 의미인데, 여기에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며 "애초 재정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별다른 보완 계획도 없이 행정 절차를 밀어붙이다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는 타당성 조사에서는 재원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기 때문에, 조사 결과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뿐, 재정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에서 한진CY 기여금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중앙투자심사를 올릴 때는 이를 전액 구비로 확보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지방채 발행 한도는 2022년 기준 200억을 넘고, 시비 지원 절차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타당성 조사 결과가 현실과 다른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운대구가 신청사 건립 사업에 가장 중요한 재원 확보방안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무리하게 행정 절차를 진행한 것은 전형적인 '아마추어 행정'이라는 지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