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났지만 팬들은 집에 가지 않았다. 모두 자리에 서서 무엇가 기다렸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1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 아랍에미리트(UAE)와 홈 경기에서 1 대 0으로 이겼다.
한국은 전반 35분 황희찬의 페널티킥 선제 결승골을 끝까지 지키며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약 3만 명 홈 팬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치러졌다. 약 2만 8000석의 티켓이 판매된 경기에는 최종 3만15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코로나19 이후 단일 관중 최다 인원이었다.
팬들은 경기 내내 선수들과 호흡했다. 박수와 환호로 골을 독려했고 상대의 잘못에는 야유를 쏟아냈다.
공식적으로 육성 응원은 금지됐지만 그래도 터져 나오는 "대~한민국" 구호는 감출 수 없었다. 다만 모두 구호를 외치지 않고 일부 팬의 구호에 박수와 부채응원을 펼쳤다.
전반전 골을 끝까지 지킨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그러나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무언가를 준비했다.
90분간 그라운드에서 온 힘을 짜냈지만 벤투호 선수들은 추운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작은 퍼포먼스를 펼쳤다.
주전 선수와 벤치에 있던 선수 가리지 않고 선수들은 그라운드 끝에서 끝을 돌며 모든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팬들도 곧바로 집에 가지 않고 자신들 앞까지 와서 인사하는 선수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라운드를 한 바퀴 다 돌고서야 선수들의 인사는 끝났다. 캡틴 손흥민은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나서면서 남은에게 감사를 전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장을 찾아준 모든 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홈 팬들 앞에서 경기하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는 팬이 경기장에 있어야 하는 것이고 우리에게도 홈 팬이 있는 게 중요했다"며 "오늘 선수들의 경기력도 좋아서 팬들이 많이 즐긴 것 같고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무패 행진을 이어간 벤투호는 오는 17일 카타르 도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 중립경기에서 이라크와 원정 6차전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