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국경 난민 사태'…러시아 폭격기까지 등장

EU 제재 맞선 루카셴코의 '난민 공격' 파장
벨라루스 동맹 러시아, 전략 폭격기로 무력 시위
난민 문제, 러시아 vs 서방 세계 갈등으로 확산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투폴레프 Tu-22M3이 10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영공 초계비행을 마치고 러시아 공군기지로 귀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민 사태가 양국을 넘어서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초음속 폭격기 투폴레프 Tu-22M3 2기를 벨라루스 영공에 띄워 방공 체계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폭격기는 비행을 마친 후 러시아 공군 기지로 복귀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조치는 이라크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넘어온 난민 수천명이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 지역에 운집하면서 양국간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벨라루스에는 현재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온 1만4천명 정도가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폴란드는 벨라루스가 유럽을 압박하기 위해 이들 난민들을 폴란드 쪽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동 이주민들이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 몰려든 모습. 연합뉴스
 
유럽연합(EU)도 벨라루스가 EU 제재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난민들이 유럽으로 넘어가도록 조장하거나 적어도 방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벨라루스가 난민들을 무기화하고 있다"면서 "EU 국경이 '하이브리드' 공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리드 공격은 사이버전과 여론 조작, 게릴라전, 통신망 파괴 등의 수법으로 상대국에 타격을 가하는 전쟁 기법이다.
 
반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서방 세계의 제재로 인해 벨라루스는 여력이 없다며 EU가 난민들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폴란드가 국경에 있는 난민들의 입국을 군사력으로 막고 있는 것은 인권 탄압이라고도 주장했다.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센코 대통령은 반체제 인사 체포를 위해 자국 영공을 지나던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켰다가 이미 지난 6월 EU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았다.
 
EU는 이번 난민 사태가 유럽에 혼란을 주기 위한 조치로 보고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 제재를 준비 중이다. 벨라루스 외무장관과 국영 항공사를 대상으로 제재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EU와 함께 루카센코 정권에 제재를 가해온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도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계속 해치는 벨라루스 정권에 대해 압박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대행은 이날 전화 통화를 갖고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민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보도문에서 "푸틴 대통령은 EU 회원국들과 벨라루스 대표들 간의 직접 대화 채널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메르켈 총리 대행은 "벨라루스 정부가 이주민들을 도구화하는 것은 비인도적이고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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