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돌아오지 않는 선원들…사고 겨울철 집중 ②위험 안고 떠나는 무리한 조업..'기름값과 인건비' 부담 ③해상사고, 원인만 알아도 예방할 수 있다 ④10톤 이하 어선에도 '구명뗏목' 의무화 해야 (계속) |
경북 포항해양경찰서가 최근 5년간 발생한 전국의 해상 선박사고 1만5천여건을 분석한 결과 650여건의 사고원인이 파악됐고, 99건의 개선 방안이 나왔다.
개선 방안 중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80%, 제도 등 법령 개선이 20%를 차지했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어민교육 등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지난 1년 동안 실시해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남은 20%는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단위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들 어선들은 대형 어선들과 같은 수준의 항행을 통한 조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면서 선장의 조업 참여에 따른 졸음운전 위험, 상대적 정비 소홀 등도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전복, 침수 등 대형사고의 경우 9.77톤 어선이 가장 많다"면서 "100마일 넘는 바다로 나가 조업을 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안전검사를 강화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형어선의 무리한 원거리 조업을 제한하는 게 안전 확보를 위해서 가장 좋겠지만, 어족자원 고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민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체 길이 기준으로 된 구명·무선 설비 의무 부과를 항해구역 등 어선 유형별로 세분화해 안전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재 길이 20m 이상에만 의무화된 구명정(뗏목)을 10톤 미만 어선에도 탑재시키는 것을 선원 안전을 위한 1순위로 꼽았다.
포항해경 한상철 서장은 "사고 접수를 받고 즉각 출동을 해도 현장까지 3시간이 걸린다"면서 "라이프자켓을 입고 있더라도 체온유지가 안된다. 겨울철에는 1시간 안에 사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명뗏목에 들어가 있으면 물에 닿지 않고, 바람도 피할 수 있고 눈에도 잘 띄어서 생존할 가능성이 70%는 올라간다"면서 "무게도 크기도 작아서 평소에 조업하는데도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포항지역 한 선주는 "어족 자원 고갈 등 외해로 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됐다"면서 "이대로는 안된다. 관련 제도를 현실적으로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사고 원인만 제대로 파악해, 제거만 해도 사고가 크게 감소한다는 게 확인됐다. 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와 법령이 여전히 사고 원인으로 남아 있다.
한상철 서장은 "계속되는 해상사고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우리와 같은 사고가 선진국에서 발생하지 않는 이유가 제도와 시스템이 잘돼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