팠다 하면 가야 유물 가득…처음으로 중국 5세기 최고급 청자도 나왔다

고대 왕국 '가야'의 국제적 위상을 알려주는 유물이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처음으로 출토됐다. 가야문화권에서는 처음으로 중국 남조시대 최상급 연꽃무늬 청자그릇이 출토돼 관심을 끌고 있다. 경남도청 제공
고대 왕국 '가야'의 국제적 위상을 알려주는 유물이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처음으로 출토돼 관심을 끌고 있다.

경상남도는 지난 7월부터 경남연구원에서 발굴 조사 중인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가야문화권에서는 처음으로 중국 남조시대 연꽃무늬 청자그릇이 출토됐다고 11일 밝혔다.

함안은 아라가야의 옛 도읍으로, 아라가야의 위상과 국제성을 보여주는 획기적은 유물로 평가받는다.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은 아라가야 지배층의 고분군으로, 탁월한 경관을 갖춘 가야 남부지역 대표 고분군이다. 4~6세기 무렵 조성된 것으로 보이며 200여 기의 고분이 발견됐다.

이번 발굴조사는 말이산 고분군의 체계적 정비와 보존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해 추진됐다. 말이산의 가지능선 끝자락에 위치한 75호분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무덤은 봉토 지름 20.8m, 높이 3.5m, 석곽길이 8.2m, 너비 1.6m로, 최상위 지배자보다 규모가 작아 귀족층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가야문화권에서는 처음으로 중국 남조시대 최상급 연꽃무늬 청자그릇이 출토돼 관심을 끌고 있다. 경남도청 제공
다양한 축조기술로 쌓은 봉토 내에는 11매의 덮개돌로 덮인 좁고 긴 돌덧널 1기가 배치됐다. 내부에는 무덤 주인의 매장 공간을 중심으로 서쪽에 유물을 집중 부장하고, 동쪽에 순장자를 배치하는 전형적인 아라가야 대형 돌덧널무덤의 특징이 확인됐다.
 
무덤 안에서는 금동허리띠를 비롯하여 큰칼, 금동장식 화살통, 화살촉, 쇠창, 도끼 등 무기와 말갑옷, 안장, 발걸이, 기꽂이 등 말갖춤, 굽다리접시, 그릇받침, 큰항아리 등 50여 점의 토기 등 5세기 후반의 가야유물이 다량 출토되었다.

이 중 가장 주목할만한 유물은 중국 남조시대에 제작된 연꽃무늬 청자그릇으로, 무덤 안 유물부장 공간의 굽다리 항아리 옆에서 출토됐다.

청자그릇의 크기는 아가리지름 16.3㎝, 높이 8.9㎝, 바닥지름 7.9㎝로 같은 기종 중 큰 편이다. 그릇 외면에는 부조의 연꽃잎무늬를 돌아가며 배치하되 안쪽, 바깥쪽 8개씩 서로 겹쳐 있다. 연꽃잎 가장자리는 3줄의 오목새김선을 넣어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그릇의 유색은 연녹색으로 굽을 제외한 전면에 골고루 시유돼 있으며, 빙렬도 전체적으로 확인됐다.

이런 청자그릇은 중국 남조의 첫 왕조인 송(宋, 420~479)대의 대표적인 기형으로, 중국 강서성(江西省) 홍주요(洪州窯)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물을 직접 관찰한 전문가는 당대 중국의 청자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최상품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가야문화권에서는 처음으로 중국 남조시대 최상급 연꽃무늬 청자그릇이 출토돼 관심을 끌고 있다. 경남도청 제공
국내에서는 서울 풍납동 토성과 천안 용원리 유적 등 백제문화권에서 출토된 적이 있다.

중국 정사 중 유일한 가야 관련 기록인 남제서(南齊書)의 동남이열전(東南夷列傳) 가라조(加羅條)에 479년 가라국왕 하지가 남제(南齊, 479~502)에 사신을 보내 조공하고 보국장군 본국왕에 제수됐다는 기록이 있어 이 무렵 가야가 동아시아 외교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 관계자는 "이번 말이산 75호분에서 출토된 중국제 청자그릇은 5세기 중국 남조와 가야의 긴밀한 외교, 교류 관계를 보여주는 획기적인 유물로 평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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