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리스틀대학교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과학과 호르헤 헤레라-플로레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뱀과 도마뱀, 근연종을 포괄하는 '인룡(鱗龍) 상목'(Lepidosauria)의 진화를 분석해 얻은 결과를 학술지 '고생물학'(Palaeontology)에 발표했다.
인룡 상목은 중생대 초기인 약 2억 5천만 년 전에 처음 등장했으며, 뱀이나 도마뱀처럼 비늘이 겹쳐있는 파충류(squamate)와 뉴질랜드에 서식하는 '투아타라'만 남은 린코서페일리언(rhynchocephalian) 등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 진화해 왔다.
현재 1만여종이 넘는다. 연구팀은 비늘 파충류에서는 진화가 빨라 종의 분화가 이뤄지며 번성하고, 린코서페일리언에서는 진화가 느려 한 종만 살아남게 된 것으로 추정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초기 파충류의 몸체 변화율을 분석한 결과, 모사사우루스(해룡)와 같은 비늘 파충류 중 일부가 중생대 때 빠르게 진화하기는 했으나 린코서페일리언이 일관되게 훨씬 더 빠른 진화 속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아민 엘슬러 박사는 "린코서페일리언의 평균 진화율이 비늘 파충류보다 두 배나 빨랐으며, 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면서 "중생대 후기에 현대 도마뱀과 뱀이 출현해 종 분화를 하며 공룡과 같이 서식했지만 크기가 작고 벌레를 잡아먹고 살아 생태적으로 서로 겹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미국 고생물학자 조지 심슨 박사가 1944년 저서 '진화의 속도와 형태'(Tempo and Mode in Evolution)에서 빠르게 진화하는 종은 상당수가 불안정한 그룹에 속한다고 제시한 논쟁적 주장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논문 교신저자인 마이크 벤튼 교수는 "이솝 우화에서 빠른 토끼는 경주에서 지고 느린 거북이 먼저 결승선을 넘는다"면서 "(빠르게 진화한 종 중에서도) 안정을 되찾아 오래 생존한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은 새로운 종이 출현하면 곧바로 멸종했으며, 잠에 빠진 토끼처럼 멸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슨 박사는 느리게 진화하는 종이 멸종도 느릴 수 있으며, 우화 속의 느리지만 꾸준한 거북처럼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