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탄탄한 선발진을 앞세워 6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삼성의 마운드는 가을야구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삼성은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올 시즌 14승을 올린 백정현과 원태인을 나란히 등판시켰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두산의 폭발적인 타격 앞에 무릎을 꿇었다.
반면, 두산은 또 다시 초반부터 필승조 카드를 꺼내들어 삼성의 타선을 꽁꽁 묶었다.
홍건희가 1차전의 영웅이었다면 2차전의 주인공은 이영하였다.
5대1로 앞선 3회초 2사 2루에서 등판한 이영하는 3⅔이닝 동안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결정적인 활약이었다.
삼성은 두산에 3대11로 졌다.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 KT 위즈에게 0대1로 패한 여파가 너무나 컸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두산에게 2경기 연속 패배를 당했다. 반면, 두산은 사상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시리즈를 앞두고 객관적인 전력에서 삼성이 크게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외국인선수 2명이 전력에서 이탈한 두산이 확실한 선발진을 갖춘 삼성을 꺾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1차전에서 '다승왕' 데이비드 뷰캐넌(16승)이 7이닝 3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럼에도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2차전 선발투수는 백정현이었다. 원태인 대신 백정현을 낙점했다. 허삼영 감독은 "백정현은 시즌 내내 꾸준하게 팀을 위해 던졌다. 2차전에 호투할거라 믿는다. 오늘만 승기 잡으면 대구에서는 훨씬 유리하게 경기 풀어갈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정현은 허 감독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 초반부터 크게 흔들렸다. 1회말 1사 1,2루에서 김재환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허용한 뒤 후속 양석환에게 희생플라이까지 내주며 2실점했다. 2회말 1사 2루때 김재호에게 3루타를 맞고 조기 강판됐다.
삼성은 백정현 대신 최지광을 투입했다. 최지광은 0대3으로 뒤진 2회말 1사 1,3루에서 호세 페르난데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최지광은 곧바로 원태인과 교체됐다.
원태인은 삼성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였지만 5점 차 열세에서 등판할 것이라는 계산은 없었다.
원태인은 2회말 2사 1,3루 위기에서 박건우의 뜬공을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3회말 1사 2루에서 박세혁에게 적시타, 2사 1,2루 때 페르난데스에게 적시타를 각각 맞고 2실점 했다. 삼성은 결국 원태인 대신 최채흥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두산의 화력을 저지하지 못했다.
백정현은 1⅓이닝 5피안타 1탈삼진 4실점, 원태인은 1⅓이닝 2피안타 2실점으로 나란히 부진했다.
양팀의 투수 교체는 모두 빠른 타이밍에 이뤄졌지만 그 시기는 미세하게 달랐고 결과는 180도 달랐다.
두산은 5대0으로 앞선 3회초 1사 1,3루에서 불펜 최승용이 오재일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주자마자 이영하를 투입했다. 여전히 4점차로 앞섰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영하는 2사 2루에서 강민호를 뜬공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영하는 4회초 2사에서 김헌곤과 김상수에게 연속 안타를 내줬지만 후속 박해민을 땅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했다. 5회초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고 6회초는 볼넷 하나만 내주고 끝냈다. 이후 두산은 한동안 필승조를 계속 가동했다. 방심은 없었고 삼성의 포스트시즌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