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예기치 않은 갑작스러운 금수 조치의 여파는 곧바로 한국의 요소수 소비시장에 미쳤고 국내적으로 수입선 다변화 같은 안보조치가 전무했던 상황이라 요소수를 구입하기 위한 줄서기, 사재기 같은 공급대란으로 이어졌다. 국민적 불편이 초래됐지만 마땅한 해결책도 없어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의원들 "늑장대응으로 요소수 대란 빚어졌다"
국회의원들이 문제를 삼고 나선 핵심 이유는 중국의 요소수 금수조치와 관련해 '이미 지난달 11일부터 그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가 한 게 도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임이자 의원(국민의힘)은 "지난달 11일부터 조짐을 보였다. 10월 21일 주중대사관의 보고도 있지 않았나. 무능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의원들의 지적처럼, 정부는 과연 알고도 늑장 대응했을까? 중국 요소수 수출금지 조치의 인지 보고라인에 서 있는 한국 정부 담당부서에는 1차적으로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있고, 그 윗선에 기획재정부와 청와대가 있다.
요소수 대란 발생 후 흘러 나온 산업부 안팎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중국 해관총서가 10월11일 요소 등 29개 품목의 수출 전 검사 제도를 도입했고 같은달 15일 제도가 시행됐다. 중국의 조치는 알려진 것처럼 석탄부족으로 요소의 추가 생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내 농민들의 요소 수요를 감안해 수출 물량을 통제하게 된 것이다.
산업부, 中 금수조치 첫 인지시점은 21일
산업부로 전달된 전문은 실무선을 통해 담당차관에게 보고됐고 그 다음주(25~30일) 요소업체 간담회, 관계부처 회의 등의 1차 대응이 이뤄졌고, 이슈 대응 과정에서 산업부 외에도 환경부와 국토부 등 관계부처가 많아 11월 첫주 총리실 주관회의가 개최되면서 범정부적 대응이 시작됐다.
공무원 A씨는 "(늑장 대응은) 시점을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인데 인지 시점이 조금 늦어졌지만 인지한 직후 곧바로 대응을 취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소홀히 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건 15일인데 우리 정부의 본격 조치와의 시간차가 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요소 중요성 간과한 사이 5~6일 허비"
이 대목에서 외교부 중국대사관도, 산업부도 대란 초기에 요소의 수입 중단이 초래할 파장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다는 걸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생긴 사실을 가장 먼저 접하는 정부 공무원들이 중요 사안을 간과해 적어도 정부의 본격 대응까지 5~6일의 시간이 지체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부 부실대응의 본질은 초기대응의 지연보다는 보다 구조적 문제에 있다. 한국의 요소 중국의존도가 90%에 육박할 정도로 그 종속성이 심각한데도 이에 대한 대응의 손길을 놓고 있었던 것, 더 나아가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부품.원자재 수입선의 전반적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요소수 대란의 본질은 '부실한 K-공급망'
무역협회는 공급망이 취약한 수입품목이 4천 개나 된다고 밝혔고 산업부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900개 품목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부겸 총리는 8일 예결위에서 "정부가 전략물자로 비축관리하지 않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품목이 80개쯤 된다"고 밝혔다. 이에대한 안전망은 없다는 것이 총리의 고백인 셈이다.
이 지점에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정보제공 요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바이든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문제가 생겨 자국 완성차나 컴퓨터 등 전자기기 생산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게 되자 한국과 대만 등 세계 각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정보제공을 요구해 커다란 월권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글로벌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보안유지를 전제로 정보를 제공하고 나서야 미국 정부의 관련 정보 요구 손아귀로부터 놓여날 수 있었다. 미국의 행위는 전례없던 일이지만 다소간 무리를 하더라도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부터 자국의 산업생산을 보호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요소수 대란을 겪으며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서 비롯된 경제적 안보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 국민경제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됐다. 구멍 뚫린 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