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은 외국인 선발 투수 2명 없이 올해 가을야구를 치르고 있다. 젊은 선발 투수 3명만으로 포스트시즌(PS)을 소화하는 두산은 승부처 필승 불펜 카드가 통하면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두산은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과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6 대 4로 이겼다. 3전 2승제 시리즈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날 두산 선발 최원준은 5회를 채우지 못했다. 4⅓이닝 2탈삼진 5피안타 4볼넷 2실점으로 근근히 버텼다. 7이닝 3탈삼진 5피안타 1볼넷 3실점(2자책)한 삼성 데이비드 뷰캐넌에 엄밀히 말해 선발 대결에서 밀렸다.
하지만 불펜 대결에서 확실하게 우위에 서면서 승리했다. 이날 두산은 5회말 1사 만루에서 최원준을 내리고 홍건희를 투입했다. 3 대 2, 1점 차로 불안하게 앞선 가운데 승부수를 띄은 것. 홍건희는 오재일을 2루수 병살타로 처리하며 최대 위기를 극복했다.
홍건희는 6회말에도 1사 만루에 몰렸지만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박해민을 1루 땅볼, 김지찬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실점하지 않았다. 홍건희는 이날 3이닝 2탈삼진 3피안타 1볼넷 1실점 역투로 이날 승리 투수가 됐다.
두산은 LG와 준PO에서도 필승 불펜의 힘으로 이겼다. 3차전에서 두산은 선발 김민규를 1이닝 만에 내리고 이영하를 투입했다. 이영하는 4이닝 66구 투혼의 무실점 역투로 승리 투수가 됐고, 두산을 PO로 올렸다. 1차전에서도 두산은 최원준이 일단 5이닝 무실점한 뒤 이영하가 1⅔이닝 1실점, 홍건희가 1⅓이닝 등 필승 불펜을 총동원해 승리를 따냈다.
키움과 와일드카드 결정전도 마찬가지다. 두산은 2차전에서 선발 김민규가 4⅔이닝 4실점한 뒤 이영하 카드를 쓰면서 승기를 지켰다. 이영하는 1⅓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두산의 가을야구는 예전 쌍방울을 떠올리게 한다. 쌍방울은 김성근 감독 시절 약한 선발진을 벌떼 불펜으로 극복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1997년 김현욱이 무려 70경기에 등판해 구원으로만 20승(2패 6세이브)을 올린 게 대표적이다. 그해 김현욱은 평균자책점도 1.88로 다승까지 2관왕에 올랐다.
두산의 올해 PS도 비슷하다. 두산이 지금까지 가을야구에서 거둔 4승 중 선발승은 단 1승에 불과하다. 이영하가 2승, 홍건희가 1승을 책임졌다. 곰 군단의 김현욱인 셈이다.
이런 두산의 야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외인 원투 펀치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이 부상으로 빠져 있기 때문이다. 로켓은 수술 때문에 아예 미국으로 갔고, 미란다는 한국시리즈(KS)에나 복귀할 전망이다. 때문에 최원준, 곽빈, 김민규 3명으로 선발진을 꾸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필승 불펜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으로 쓰고 있다.
의도치 않게 1990년대 돌풍의 팀 쌍방울을 소환한 두산. 과연 곰 군단의 가을야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