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장은 9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서초구 대검 8층 검찰총장실 앞에서 출입기자단 10여명과 대치했다. 앞서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는 '고발 사주' 의혹 등 진상조사 차원에서 대검 대변인들이 사용했던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태로 압수해 참관자도 없이 포렌식한 뒤, 그 자료를 압수수색을 나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측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김 총장이 대검 감찰부로부터 공용 휴대전화 압수의 필요성을 사전에 보고받고 이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키웠다.
법조계에서는 언론 대응을 담당하는 대변인 휴대전화의 압수를 두고 대검 감찰부가 감찰을 명목으로 사실상 언론 활동을 감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출입기자단은 전날부터 계속해서 김 총장과 한동수 감찰부장 등을 상대로 구두 설명을 요청했으나 대검 측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도 기자단의 해명 요구가 이어졌지만 김 총장은 별다른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예정된 교육 일정에 참석하려 했다.
결국 출입기자단은 김 총장을 찾아가 해명을 요구했고, 공무상 일정을 수행해야 한다는 총장 측과 1시간 가까이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총장은 대치중인 기자단에게 "감찰부가 이미 입장을 냈다"며 "감찰부에 추가 해명을 지시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기자단이 한동수 감찰부장과 김덕곤 감찰3과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감찰이 진행중인 사안이라 중간 관여가 일체 불가능하다"며 이마저도 거부했다. 추후 감찰부와의 일정을 잡아달라는 요구도 거절했다.
그러면서 '감찰부의 대변인 휴대전화 압수를 승인한 게 맞냐'는 기자단 질문에는 "(감찰) 착수와 결과만 보고받는다"고 답했다가, 질문이 계속되자 "통보는 받았다. 그러나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보고는 받았지만 딱히 대답한 건 없어 사전 승인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법무연수원에서 열리는 검사 리더십 교육에 참석이 예정돼 있었는데, 기자들의 계속된 항의로 30여분 일정이 지체됐다. 이후 기자단은 자체 논의 끝에 해산하기로 결정했는데, 김 총장은 청사를 떠나면서도 "여러분들 때문에 공무가 방해돼 늦었다고 전국의 검사장들에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