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세 이익 수천억원 자녀회사에 몰아준 사주일가 세무조사

사주자녀 설립 유한책임회사에 사업기회 및 통행세 제공으로 부당하게 이익을 분여한 후 이를 원천으로 주력 계열사 전환사채를 저가 인수하여 경영권 편법승계 사례. 국세청 제공
그룹 주력사인 A사는 사주 자녀가 설립한 유한책임회사 B사를 기존 매입처와의 거래에 끼워 넣어 사업기회를 제공했다. 그런데 B사는 공시의무가 없는 만큼 사업기회 제공 등 내부거래 관계를 감추고 실제 주요 업무는 A사가 대신 수행했다. 결국 B사는 아무런 역할 없이 수천억원의 통행세 이익을 챙겼다. 이 돈으로는 상장사인 A사가 저가로 발행한 사모 전환사채를 인수한 후 주식으로 교환해 경영권을 편법승계하기까지 했다. 국세청은 통행세 및 사모 전환사채 저가발행에 따른 부당이익 등에 대해 세무조사에 나섰다.
 
국세청은 이처럼 코로나19 등의 반사효과로 매출과 이익이 증가한 알짜회사를 사유화해 이익을 빼돌리거나 일감 몰아주기, 사업기회 제공 등 교묘한 방법으로 자녀에게 부를 편법 승계한 대기업과 사주일가 30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9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에는 IT, 부동산·건설, 사치품 등 코로나 호황업종을 영위하면서 고액급여·배당, 법인명의 슈퍼카·고급주택 구입 등으로 반사이익을 사적편취한 탈세 혐의자 12명이 우선 선정됐다.
 
또 사주자녀 명의로 유한회사 등 요람 역할 회사를 설립한 후 사업기회 제공, 일감몰아주기 등 자녀법인을 부당 지원해 경영권을 편법승계한 혐의자 9명도 포함됐다.
 
이밖에도 신종 금융상품을 이용한 변칙 자본거래 등 대기업 탈루행태를 모방한 중견기업인 9명도 조사 대상이다.
 
이번에 조사를 받는 업체는 지난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매출이 6.4% 증가했고 사주일가 총 재산은 2020년 기준 약 9조 3천억 원으로 평균 3,103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5년 사주자녀의 재산은 39% 증가했다.
 
이가운데 최근 5년사이 가장 많이 증가한 사주 자녀는 금액으로 2천억원대에 달했고, 무려 7백배이상 증가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했다.
 
결국 10대에 부모찬스를 통해 법인 주식과 종잣돈을 증여 받고, 20대엔 일감몰아주기,사업기회 제공으로 주식가치를 부풀린 후 30~40대에는 고액급여·배당을 통해 수월하게 재산을 증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 19의 반사이익 가로채기…동생회사에 통행세 이익 몰아주기

이번 세무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는 기업의 반사이익을 사적으로 가로챈 경우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회사 명의로 최고급 리무진과 미술품 등을 취득하여 사주일가가 사적으로 유용하고 사주동생 회사를 거래중간에 끼워 넣어 통행세 이익 부당 제공 사례. 국세청 제공
한 대기업체는 근무사실 없는 사주일가에게 고액의 급여를 부당하게 지급하였을 뿐만 아니라, 회사 명의 고급 리조트를 사적 제공했다. 특히 사주 장남은 회사 명의 고가의 리무진 승용차를 사적으로 유용하며 차량유지비용 수십억원을 회사에 전가했다. 미술품 애호가인 사주는 회사자금으로 구입한 고가 미술품을 사적으로 매매하고 관련 소득을 사주가 빼돌린 뒤 신고 누락했다. 이밖에도 사주 동생이 지배하는 회사를 광고거래 과정에 끼워 넣어 통행세 이익을 분여하고, 해당 회사는 고액 배당·급여 지급을 통해 사주 동생에게 기업이익을 이전했다.
 
또 다른 회사의 사주는 코로나19 반사이익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주력 계열사 등으로부터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고액의 급여와 퇴직금을 수령했다. 연봉은 수십억원, 퇴직금으로만 수천억원을 챙겼다. 사주는 또 계열사가 수천억원 상당의 건설비용을 부담해 취득한 초호화 리조트를 독점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약품 도매업을 영위하는 또 다른 회사는 거래처 병원장에게 리베이트를 몰래 제공할 목적으로 병원장 자녀 명의로 회사를 설립하게 한 뒤 약품 거래에 끼워넣어 병원장 자녀 회사에 통행세 이익(변칙 리베이트)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회사의 한 사주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로부터 급여 기준과 무관하게 임의로 책정된 수십억원의 고액 급여를 수령했는데, 이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일 직책을 수행하는 임원에게 책정된 기준보다 약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또 해외현지법인을 청산하면서 법인의 청산대상 재산인 수십억원의 골프회원권을 사주일가가 편취해 사적 사용했다. 또 실제 근무 사실이 없는 해외유학 중인 자녀에게는 급여 명목을 고액을 지급하고 사주 자녀는 이를 해외 체류비로 사용하는 등 기업이익을 사적으로 편취하기도 했다.
 
대기업의 탈세를 모방한 중견기업도 조사를 받는다.
 
한 중견기업은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된다는 점에 착안해 수 차례에 걸쳐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전환사채를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이 부여된 전환사채를 발행한 다음 사주자녀에게 콜옵션을 무상양도했다. 이후 사주자녀는 주가 상승 초기에 콜옵션을 행사해 전환사채를 저렴하게 취득한 다음 주식가치가 급등하는 시점에 주식으로 전환함으로써 거액의 시세차익을 획득했다.
 

알짜기업 상장정보 자녀에게 제공…막대한 시세차익 제공

이미 세무조사를 통해 불법적으로 재산증식 기회를 제공한 탈세 사례도 공개됐다.
 
사주가 계열사 상장 직전 자녀에게 동 주식을 취득하게 하여 상장차익을 변칙증여 하고, 원재료 고가매입 등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사주일가 지배회사에 부당이익 제공 사례. 국세청 제공
상장을 앞둔 그룹 내 제약회사가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할 것을 예상한 사주는 자녀들에게 상장 정보를 제공해 주식을 취득토록 했으며 이후 단기간에 주가상승에 따른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게 했다. 또 다른 그룹내 주력 계열사는 사주자녀가 지배하는 계열사로부터 원재료를 시가보다 고가 매입하는 방법으로 부당 지원했다. 국세청은 사주 자녀의 증여세 수십억 원 및 계열사의 사주자녀 지배회사의 부당 지원 등에 따른 법인세 수천억원을 추징했다.
 
또 다른 회사의 사주는 자녀 소유 주택에 전세로 거주하는 것처럼 거짓으로 계약을 맺고 전세 보증금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무상 제공하고 자녀는 이 자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변칙 취득했다. 또 주력 계열사를 통해 사주자녀 지배회사에 인력을 무상 제공하고, 전산관리수수료 등 공통 경비를 대신 부담하는 등 사주자녀의 재산 증식을 간접 지원했다. 국세청은 사주 자녀의 증여세 수천억 원 및 주력 계열사의 사주자녀 지배회사 부당 지원 등에 따른 법인세 수천억원을 추징했다.
 
대기업 그룹 사주는 주력계열사의 주요 사업부를 사주 자녀 지배회사에 순차적으로 무상이전했는데, 이로인해 주력회사의 매출은 점차 감소하는 반면 자녀회사의 매출은 급증하면서 세 부담 없이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 이후 사주 자녀는 회사의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수 백억 원의 배당금을 수취했다. 또 이를 통해 해외 고가주택 9채를 취득해 해외 장기간 체류 중인 배우자가 무상 사용하게 하고, 체류비를 우회 지원하는 등 변칙 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사업기회 제공에 따른 사주 자녀의 증여세 등 수십억 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의 김동일 조사국장은 "조사과정에서 증빙자료 조작,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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