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는 경유 차량 매연저감장치에 들어가는 필수적인 품목인데, 전체 디젤 화물차의 60%인 200만대 가량이 이 장치를 달고 있다. 요소수 부족이 물류대란으로 파급된 것이다. 물류대란은 결국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멈춰서는 화물 차량이 늘어나면서 당장 공사를 중단한 공사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디젤엔진으로 움직이는 버스를 비롯해 쓰레기를 치우는 차량까지 멈춰 선다면 물류대란을 넘어 쓰레기 대란에 교통수단 이용 제한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요소수가 품귀현상을 빚자 이를 악용하는 사기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적발된 요소수 사기사건만 44건에 이른다.
문제는 이런 품귀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요수 수입을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중국이 자국 내 요소 수요를 감당할 정도의 수준 정도만 생산하고 있어, 요소 수출 규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요소 수입을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 것은 국내 생산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 요소가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현저히 밀리다 보니, 2013년을 즈음해 요소 생산업체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정부는 요소수 확보를 위해 다른 수입처를 찾아다니고 있지만 당장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베트남과 호주에서 어렵게 물량을 구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보니 군에서 확보한 물량을 임시로 빌려 쓰는 고육책까지 나왔다.
요소수 대란을 불러 온 것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한몫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호주와의 무역 분쟁으로 중국은 전력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는데, 석탄이 주원료인 요소 생산 부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가 분명했다.
더구나 요소수가 화물차에 필수적인 품목이고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면 파급효과가 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인데도, 요소 화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이번 요소수 대란이 더 아쉬운 것은 불과 2년 전에도 같은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2019년 일본은 위안부 합의 파기를 이유로 3대 반도체의 핵심 소재에 대해 수출규제에 들어갔다. 다행히 재빠르게 수입처 다변화에 나서고, 중소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반도체 생산에는 큰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았지만, 소재와 원료 등에 대한 수입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중국에 의존하는 비율은 더 높다. 무역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80%가 넘는 품목은 1850개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무역에도 전략적 개념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요소는 반도체 부품처럼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너무 쉽게 판단한 측면이 없지 않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요소처럼 파급효과가 큰 품목은 국내 생산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물량확보다. 정부가 전력을 다해 나서 주기를 다시 한 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