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쓰기에도 부족한 요소수를 선뜻 소방에 전달하는 기부 물결에 이번 대란 역시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청주시 강서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창규씨는 최근 소방서에서 요소수를 구할 수 없냐는 전화를 받고 곧장 창고를 뒤졌다.
품귀 현상이 본격화된 이달 초부터 요소수 유통자체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혹시나 남은 잔여분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다행히 박씨는 창고에서 자신의 영업용 차량 요소수 8통을 찾을 수 있었다.
박씨는 그 길로 자신의 차에 요소수 5통을 싣고 가경119안전센터로 향했다.
남을 위해 희생하는 소방이 그깟 요소수 구하기에 발을 구르고 있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박씨는 "소방 차량은 화재 진압이나 구급 환자 이송 등 위급한 상황에 쓰이는 우리를 위한 장비지 않냐"며 "구급차는 절대 멈추는 일이 없어야 하기에 당장 필요한 물량만 남기고 소방에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청주 오송119안전센터에서는 한 익명의 기부자가 자신의 차에서 꺼낸 요소수 2통을 건네준 뒤 힘내라는 응원의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8일 청주 산남119안전센터에는 이른 아침 몰래 요소수를 내려놓고 서둘러 자리를 뜨는 익명의 기부자가 나타났다.
제천소방서와 괴산소방서 역시 요소수 기부의 손길이 이어졌다.
소방 관계자는 "시민들이 기부해준 요소수는 더욱 의미 있게 사용토록 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충북소방이 보유하는 소방차와 구급차 515대 가운데 요소수를 주입하는 차량은 절반에 달하는 255대다.
현재 충북소방이 비축하고 있는 요소수는 10ℓ짜리 500여 통으로, 하루 사용량이 7.3통인 점을 감안할 때 길어야 3개월 정도의 여유분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소방은 재고 관리와 함께 5900ℓ 가량의 추가 요소수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일 때 마다 이어지는 민간의 작지만 따뜻한 기부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