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사기, 전기통신사업법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통신장비를 숙박시설에 설치하라는 지시를 받고 보름가량 모텔을 돌며 '070'이나 국제전화번호 국번이 아닌 '010' 번호로 변경해주는 게이트웨이(심박스)를 설치·관리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조직으로부터 한 달에 4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범행에 가담한 A씨에게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발신번호 표시 변작, 타인통신매개, 무등록 기간통신사업),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여러 죄명을 적용했다.
1심과 2심은 피고인 A씨에게 모두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검찰이 A씨에게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대목 가운데 '타인통신매개' 조항은 공동정범인 A씨와 보이스피싱 조직이 타인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타인 사용 제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개인이 타인간 통신을 매개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했다'는 표현을 빼고 검찰이 예비적으로 낸 똑같은 공소사실은 유죄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유죄 선고 자체에 변화가 있지는 않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할 때 공동정범을 타인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통신의 매개·제공을 요청했거나 관여했던 경우에도 그 행위는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는 행위 또는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A씨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전기통신사업법상 타인 관계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