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30대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심신장애가 인정돼 무죄를 선고받았다.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최수환 최성보 정현미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31·남) 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A씨는 작년 10월 18일 오후 5시께 경기 고양 주거지에서 어머니를 둔기 등으로 마구 때려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보안요원으로 일하던 A씨는 2012년 직장에서 갑자기 "아버지, 하늘나라로 가자"는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동료를 폭행하고 자해하는 등 처음으로 이상 행동을 했으나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A씨는 이후 직장을 옮겼으나 2020년에도 직장 동료를 폭행하는 등 소란을 피웠으나 역시 원인을 찾지 못했고, 이후로도 종종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범행 3일 전부터 "죽는 게 행복하다", "하늘나라로 가야 된다" 등 알 수 없는 말을 하다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폭행하려 했다. 범행 당일 새벽에는 손톱으로 몸을 심하게 긁어 119구급대에 의해 응급실로 옮겨졌다.
A씨는 응급실에서 입원을 거부하고 정신질환 약만 처방받고 귀가했고, 같은 날 오후 아버지가 출근한 사이 어머니에게 둔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귀가한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가 어머니의 시신 곁에 누운 것을 발견했다. 경찰이 현장에서 사건 경위를 묻자 A씨는 "모든 것을 시인합니다", "다 알고 있느니라" 등의 말을 하고 정상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조현병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상실된 상태였다'는 법무부 치료감호소 의사의 정신감정 결과 등을 바탕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10조 1항)에 따른 판결이다.
검찰은 A씨에 대한 정신감정이 사건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이뤄졌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사정들에 비춰봐도 A씨가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