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9·SSG 랜더스)가 예상보다 많은 취재진에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과 만난 추신수는 "정말 행복했다. 종일 한국말로 편하게 대화하고, 더그아웃에서도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며 힘을 얻었다"며 "미국에서도 한 시즌이 끝나면 미련과 후회가 남았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올해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국에서의 첫 시즌을 보낸 소감을 밝혔다.
농담을 섞어가며 2021년을 돌아보던 추신수는 2022년 계획이 화두에 오르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나도 알고 싶다"고 웃으며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족과 충분히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KBO리그에서 뛰면서 추신수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로 뛸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러나 미국에 머무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은 힘겨웠다.
추신수는 "다음 주에 미국으로 건너간다. 11월 중에는 내년 계획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추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에서도 우승하지 못했다. 우승에 미련이 남았고, SSG 선수들과 함께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현역 연장을 원하는 선수 추신수의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은퇴한 버스터 포지(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예를 들며 "가족과 지내는 시간도 중요하다"고 '아버지이자 남편 추신수'의 고민도 털어놨다.
추신수는 2022년에 현역으로 뛰기로 하면, 바로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추신수는 "왼쪽 팔꿈치 인대가 쓸 수 없을 정도다. 올해 외야 수비를 할 때 공을 20~30m밖에 던지지 못했다"며 "선수로 뛰기로 결정하면 바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추신수의 한국행은 2021년 초 KBO리그 최대 이슈였다.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SSG 랜더스는 2월 23일 "추신수와 연봉 27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SSG의 추신수 영입 소식에 한국 야구계가 들썩였다.
추신수가 격리를 마치고 3월 11일 팀 훈련을 시작한 뒤, 많은 미디어와 야구팬들의 시선이 추신수를 향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뛴 동갑내기 친구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와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은 물론이고, 추신수를 동경했던 한국 야구 후배들이 추신수의 KBO리그행을 환영하고 그와의 대결을 기대했다.
부산고를 졸업한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고된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디고, 2005년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이후 2020년까지 메이저리그를 누비며 1천652경기, 타율 0.275(6천87타수 1천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를 올렸다.
KBO리그 구단과 계약한 외국인 타자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정도의 화려한 이력서다.
KBO리그에서도 추신수는 특유의 출루 능력을 뽐냈다. 최고령 한 시즌 볼넷 100개(103개)를 얻으며 출루율 0.409로 이 부문 6위에 올랐다.
장타력도 여전했고, 나이를 잊은 적극적인 주루도 돋보였다.
추신수는 만 39세 2개월 22일의 나이에 20홈런-20도루를 달성해 양준혁의 기록(만 38세 4개월 9일)을 넘어 KBO리그 역대 최고령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추신수의 성적은 타율 0.265, 21홈런, 25도루, 출루율 0.409, 장타율 0.451이다.
추신수 자신은 "타율이 너무 낮다.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라고 했지만, 나이에 걸맞은 관록과 나이를 잊은 주루와 출루 능력을 뽐냈다.
하지만 SSG 구단은 "추신수가 선수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표면적인 기록 외에도 팀에 크게 공헌했다"고 밝혔다.
추신수도 한국 생활을 즐겼다. 그는 "아쉬운 순간도 많았고,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하지 못했지만, 정말 행복한 1년이었다"라며 "한국 생활을 도와준 많은 분께 감사하다"고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