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형사13부(호성호 부장판사)는 5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 살해와 시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A(32·여)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고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재판부 "피해아동, 대소변 못 가리고 스스로 물도 못마셔…살해 고의성 뚜렷"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 아동은 폭염경보가 발효됐을 사건 발생 당시 생수병을 열어 물을 마시거나 잠긴 현관문을 스스로 열 능력이 없었다"며 "피고인은 이를 알았고 사흘 이상 혼자 지내면 사망할 수 있다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생후) 38개월인 피해자는 간단한 단어와 짧은 문장을 구사할 수 있지만, 구체적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었고, 대소변도 못 가려 기저귀를 찼다"며 "피고인은 빵과 초코볼, 젤리, 어린이 주스, 2ℓ짜리 생수병만 두고 77시간이나 집을 비우면서 현관문을 잠갔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만 기다리다가 더위와 갈증 속에 사망한 피해 아동이 겪었을 육체적 고통이 상당히 크다"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피고인이 과거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생후 38개월에 불과한 피해자가 집에 홀로 방치돼 겪었을 배고픔과 외로움은 쉽게 짐작할 수 없다"며 A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피의자, 2달여 동안 26차례 3살 딸 집에 혼자 두고 외출
A씨는 올해 7월 21일부터 한 달여간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서 딸 B(3)양을 방치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속 기소됐다. 그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갔다가 77시간이나 지나 귀가했고 숨진 B양을 발견하고도 곧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당시 인천 지역은 폭염특보가 발효돼 한낮 더위가 33도를 넘었다.
A씨는 B양 시신을 집에 그대로 둔 채 다시 집을 나와 2주 동안 남자친구 집에서 숨어 지냈으며, 지난 8월 7일 귀가해 119에 뒤늦게 신고했다.
조사 결과 A씨는 7월 21일 집에서 나가면서 과자 1봉지, 젤리, 아동용 주스 2개만 B양에게 줬다. A씨가 외박하는 동안 B양은 물과 음식을 전혀 먹지 못했고, 심한 탈수 등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올해 6월 중순부터 딸이 숨질 때까지 두 달여간 26차례나 딸을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딸이 죽어 무서웠다"며 "안방에 엎드린 상태로 숨진 딸 시신 위에 이불을 덮어두고 (집에서) 나왔다"고 진술했다.
미혼모인 A씨는 한부모가족이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2019년 4월부터 3년째 관할 구청의 관리 대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