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없는 요소수 품귀, '막막한' 화물업계 '생계' 위기감 고조

경유 차량 운행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수'의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지난 4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서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을 나기지 못한 대형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황진환 기자
화물업계 안팎에서 경유차 배출가스(질소산화물)를 정화하는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5일 화물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운행되는 경유 화물차 330만 대 중 60%인 200만 대 정도는 요소수를 반드시 넣어야 운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요소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화물차 등 경유차와 건설용 중장비 등을 가동할 수 없어 '물류 마비'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요소수 부족 사태는 화물차 운행을 멈추게 하는 것으로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날 서울 양천구에 있는 서부트럭터미널에서 만난 화물차주 임모씨는 주유소를 여러 군데를 다녔지만, 결국 요소수를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소도 품절된 곳이 많아 구하기가 어려워 걱정이 많다"며 "우리 같은 경우는 생계 문제인데 운행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정부의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차주 신모씨도 "짐을 실어야 하는데 짐을 못 싣고 있다. 주유소 몇 군데 돌았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다. 오늘부터 놀아야 한다. 막막한 게 뭐냐면 언제 (요소수가) 나온다는 말이 없으니 갑갑할 뿐이다"고 심경을 전했다.
경유 차량 운행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수'의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지난 4일 경기도 부천 한 요소수 제조 공장에 물량 소진으로 요소수 판매가 무기한 중단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황진환 기자
요소수를 넉넉히 구하지 못하다 보니 물류 배정을 포기하고 확보한 요소수 물량에 따라 운행 거리 등을 고려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운송 물량을 많이 배정받을수록 수익이 늘지만, 요소수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운행을 자제하려는 것이다.

화물주선업체 대표 A씨는 "오래 거래한 화물차주분께서 경기 북부지역을 갈 수가 없다고 말하더라"라며 "요소수가 충분하지 않아 해당 지역을 다녀오면 부산 운송을 하러 갈 수 없어 일부 운행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용 요소수를 만드는 요소 재고가 1~2개월 정도 있다고 하지만, 당장 다음 주만 되더라도 운행을 멈추는 화물차들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유 차량 운행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수'의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지난 4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서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을 나기지 못한 대형 트럭 운전사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황진환 기자
현재 국내 제조업체들이 보유한 요소수 재고는 1~2개월 분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와 같은 요소수 품귀 상태가 지속되면 12월부터는 시중에 유통되는 요소수 물량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내 요소수 80% 정도의 물량을 제조하는 롯데정밀화학의 한 관계자도 "요소수 제조는 이달 말까지 가동 예정"이라고 말했다.

요소수 부족 사태가 쉽게 풀리지 않을 조짐을 보이자 화물업계에서는 정부의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화물연대 박귀란 정책국장은 "단기적으로는 어쨌든 수급이 너무 불안정하고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보니까 수량 조절 등과 같은 부분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이번 주부터는 현장에서 요소수를 구하는 게 어려워져 인터넷 등을 통해 웃돈을 주고 구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화물노동자들은 차량 할부금 등 고정적으로 화물 운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은데 요소수 문제로 운행이 불가능하면 빚만 늘어나는 꼴이고 지속되면 파산에도 이를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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