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남상운 (경기남부경찰서 치안종합상황실 경사)
몇 해 전에 112로 이런 신고 전화가 걸려와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모텔에 감금된 여성이 112로 전화를 한 건데요. 이렇게 말을 합니다.
-경찰입니다. 무슨 일이세요?
-여기 OO 육교 OO 있는 근처에 있는 모텔인데요. 자장면 하나만 갖다 주세요.
-자장면이요? 혹시 남자친구한테 맞았어요?
-네.
-자장면집이라고 하면서 저한테 말하시면 돼요. 모텔 이름이 뭐라고요?
-여기 OOO.
-OO모텔? 그게 OO에 있는 건가요?
-네. 여기 502호예요.
-502호 가시고 똑똑똑 두드리면 문 열어주세요.
-네.
-자장면 빨리 갖다드린다고 하세요. 남자친구한테.
◇ 김현정> 모텔에 감금된 여성이 신고를 해야 되기는 해야 되는데 범인이 옆에서 듣고 있으니까 기지를 발휘해서 이렇게 자장면을 시키는 것처럼 신고를 한 거죠. 그런데 그것을 들은 112 경찰이 직감적으로 알아듣고 여성을 구해냈습니다. 비슷한 일이 얼마 전에 또 벌어졌습니다. 어떤 일이었던 건지 112 신고 전화를 직접 받은 분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의 남상운 경사 만나보죠. 남 경사님 나와계세요?
◆ 남상운>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치킨을 시키려고 한다. 이런 전화가 걸려왔다고요?
◆ 남상운> 우연치 않게 또 저한테 그런 신고가 들어왔더라고요.
◇ 김현정> 어떤 상황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 남상운> 새벽 2시경이었어요. 신고자 분이 다짜고짜 치킨 주문한다고 하셔서 제가 좀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을 했는데 여자 분 목소리도 작고 약간 목소리가 낮은 거예요. 약간 떨리는 듯한 그런 느낌을 제가 받았어요. 이거는 뭔가 있다. 제가 치킨을 어디로 가져다 드려야 될까요? 물어봤습니다.
◇ 김현정> 그걸 물으신 이유는 주소를 알아야 되니까.
◆ 남상운> 저희가 빨리 가야 되니까.
◇ 김현정> 치킨을 어디로 배달해 드릴까요? 하자 그분이?
◆ 남상운> 주소를 치킨을 배달하듯이 신고자 분도 잘 말씀을 해 주시더라고요. 누구랑 먹는지 제가 다시 한 번 여쭤봤습니다.
◇ 김현정> 그거는 왜 물으셨어요? 누구랑 드시려고 하시는지는 왜?
◆ 남상운> 정말 중요한 사건인지 가폭인지 데이트폭력인지 이런 거를 최소한에 저희가 파악을 하기 위해서.
◇ 김현정> 가정폭력인지 이게 데이트 폭력인지 아니면 묻지 마 감금인지 이걸 대충 파악해야 하니까. 그랬더니 그분이?
◆ 남상운> 남편이 먹고 싶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 김현정> 이거 가정폭력이구나.
◆ 남상운> 남편하고 문제가 있으시구나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바로 출동하셨어요?
◆ 남상운> 신속하게 경찰관을 보냈습니다.
◇ 김현정> 가보니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던가요?
◆ 남상운> 현장의 얘기를 들으면 남편이 칼을 들고 있어서 정말 위급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신속하게 출동 안 했으면 자칫하면 큰일이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 김현정> 아니, 112에 전화해서 치킨 시키려고 한다 하면 이게 장난전화구나 하고 넘겼을 수도 있는데 그걸 어떻게 딱 파악을 하셨네요.
◆ 남상운> 저희가 장난전화가 굉장히 많이 들어오거든요.
◇ 김현정> 얼마나 많이 들어옵니까?
◆ 남상운> 하루에도 진짜 저만 받는 것도 한 3, 40건 정도는 기본적으로 그냥. 많은 사람들이 신고 많이 하십니다. 장난전화를.
◇ 김현정> 장난 전화를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이거는 걸러낼 수가 있었어요?
◆ 남상운> 이거는 제가 목소리가 작고요. 떨리는 게 느껴져서 이거는 보통의 장난전화와 다르다. 직감적으로 느낀 게 좀 있어서 함부로 예단을 해서 장난전화라고 하면 안 되겠다. 현장은 확인을 해야 되겠다고 느꼈어요.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남 경사의 그 순간적인 판단력도 대단하고 신고자 분의 기지도 대단하고 침착성도 대단합니다.
◆ 남상운>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가끔 이런 식으로 배달주문을 빌어서 신고하는 경우들이 있습니까?
◆ 남상운> 제가 한 번 정도 더 있었어요. 이번에는 자장면이었거든요.
◇ 김현정> 그때는.
◆ 남상운> 자장면 시켜달라고 전화를 받은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긴급출동 하니까 그게 성폭력 범죄였던 거예요.
◇ 김현정> 그렇군요.
◆ 남상운> 그래서 경찰관이 현행범 체포해서 무사히 잘 끝난 일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참 이게 그러니까 112 센터에서 근무하시다 보면 별의 별 일이 많을 것 같아요.
◆ 남상운> 너무 많습니다.
◇ 김현정> 너무 많죠.
◆ 남상운> 하루에도 이런 긴급사건이 정말 서너 건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신고 전화 받기도 부족한데 거기에 장난전화 하는 분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에요?
◆ 남상운> 제가 예전에 한 번 받았던 신고가 있었는데요. 치킨집에 가셨는데 무를 안 주셨다고 그거를 신고를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치킨 무를 안 준다고 112 신고?
◆ 남상운> 그래서 당황한 적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알아서 잘 합의하시라고 하시고 달래서 끊으셨을 테고.
◆ 남상운> 평소 같은 경우는 이제 대부분 혼잣말 하시고 많이 끊으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 김현정> 112에 전화해서 혼잣말을 하세요?
◆ 남상운> 유명한 사람들 얘기도 많이 하시고요. TV에 누구누구 나온다 하면서.
◇ 김현정> TV에 누구누구 나오는데 뭘 어떻게 하라고 112에.
◆ 남상운> 그게 저희가 느끼는 감정입니다.
◇ 김현정> 외로운 분들이신 것 같네요. 느낌이.
◆ 남상운> 저희가 달래드리는 거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장난전화를 걸면 이게 정말 구분이 딱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애매한 경우에는 출동을 하셔야 되잖아요.
◆ 남상운> 애매한 경우에는 정말 만에 하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되기 때문에, 저희 112는 항상 나가서 현장을 무조건 확인을 해 보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그렇게 장난전화가 오면 귀중한 인력과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는 거 아닙니까?
◆ 남상운> 네, 저희 경찰 인력이나 경찰차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장난전화 비슷하게 해서 경찰관이 출동하게 되면 정말 다른 곳에서 경찰관이 출동을 해야 됐을 때 정말 도움을 받아야 될 시민들이 도움을 못 받기 때문에 장난전화는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그럼요. 맞는 말씀이시고 이번처럼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 범인 모르게 신고전화를 해야 되는 경우, 이런 경우가 또 장난전화랑 혼동이 돼서 놓쳐버릴 수도 있는 거니까 진짜 여기 장난전화를 거시면 안 되고요. 신고자 분. 현장 출동해서 범인은 잡고 바로 체포를 하고 구하고 그런 건가요?
◆ 남상운> 네, 맞습니다. 저희가 안전하게 시민도 구조하고요. 범인도 체포를 했습니다.
◇ 김현정> 얼마나 고마워하세요? 그분이.
◆ 남상운> 이번 경우도 제가 그럴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제 종종 이런 중요한 사건에 있어서 왜 신고자 분이 다시 전화하셔서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 김현정> 112로 다시 전화를 해서.
◆ 남상운> 네. 그럴 때마다 제가 너무 뿌듯하고 정말 다시 한 번 사명감도 뿜뿜하고요.
◇ 김현정> 사명감 뿜뿜. 그래요. 잘하셨고요. 이렇게 어려운 상황,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신고를 잘할 수 있는 어떤 팁을 주신다면.
◆ 남상운> 정말 시간이 없고 빨리 끊어야 되고 긴급할 때는 주소만 말씀하셔도 저희가 항상 최악을 대비하기 때문에 바로 출동합니다. 그때는 주소만 말씀하시고 바로 끊으시면 저항가 신속히 출동해서 도움을 드립니다.
◇ 김현정> 제일 중요한 건 주소군요, 주소. 상황은 다 얘기했는데 주소까지 말 못하고 끊으면 그때부터는 좀 복잡해지는 거죠?
◆ 남상운> 그때부터는 저희가 여러 가지 통신수사도 하고 위치추적도 해야 되고 찾아야 되는 그런 일이 발생합니다.
◇ 김현정>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러분, 이게 팁입니다. 정말 상황이 긴급할 때는 상황 설명보다 주소부터 먼저 말씀하시고 끊으셔야 된다는 것. 만약 장난전화를 하면 처벌은 어떻게 됩니까?
◆ 남상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라든지 경범죄 처벌법상 거짓 신고라고 있는데요. 두 가지로 처벌 가능합니다.
◇ 김현정> 여러분 장난전화 해서 경찰 출동하면 처벌 받는다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긴급한, 정말 긴급한 분을 위해서 그런 일은 자제해 주셔야 된다는 거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경사님 큰일 하셨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남상운>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김현정>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남상운 경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