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일 전국 31개 성·시에서 93명의 지역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인 1일에는 54명, 그 전날인 31일에는 5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우리 기준으로 볼 때 두 자리 숫자의 확진자는 아무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그게 아니다. 목표가 코로나 제로(0)이기 때문이다.
내년 2월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코로나로부터 해방된 보여주고 싶은 중국으로서는 올림픽이 100일도 안 남았는데 확진자가 수십 명씩 쏟아지자 다시 방역의 고삐를 죄고 있다.
특히 31개 성·시가운데 절반이 넘는 18개 성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지난 7, 8월 난징공항발 소규모 확산 때보다 더 긴장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방역 정책이 너무 극단적이다. 확진자 1명이 나오면 해당 지역, 학교, 직장은 모두 폐쇄되고 밀접 접촉자들은 시설 격리 또는 자가 격리에 처해진다.
1일 저녁에 한인들이 많이 사는 왕징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핵산검사 양성반응자가 나오자 말 그대로 밤을 새워가며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핵산검사가 진행됐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밀접접촉자는 전문격리시설로 옮겨지고 그 밖의 학생들과 가족들은 모두 3주 자가격리에 처해졌다.
지난달 31일 오후 5시 쯤 상하이시는 항저우로부터 확진자 1명이 상하이 디즈니랜드에 놀러가서 11시간을 보냈다는 통지를 받았다.
상하이시는 10분 뒤에 디즈니랜드를 폐쇄했고 공원에 있던 3만4천여명 전원에 대한 핵산검사를 실시했다. 그것도 모자라 1시간 30분 뒤에는 핸드폰 이력추적을 통해 지난 이틀 동안 디즈니랜드를 다녀간 사람들에게 가까운 병원에 가서 핵산 검사를 받을 것을 명령했다.
디즈니랜드에 갇혔던 상하이 시민들은 격리 버스에 태워져 집으로 이동해 자가격리에 들어갔지만 항저우로 돌아온 이들은 6천 위안(약 110만원)을 내고 호텔에서 격리해야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장면을 초현실적이었다고 묘사했지만 중국 매체들은 신속하면서도 안정된 조치라며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렇게 해서 찾아낸 감염자는 0명이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의 길로 접어드는데 나홀로 코로나 제로를 고집하는 중국식 방역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중국내 방역의 모범으로 꼽히는 상하이의 디즈니랜드공원 입장객 전원 핵산검사는 약과다.
인구 400만이 넘는 간쑤성의 성도 란저우시는 코로나 환자 몇명 나왔다는 이유로 전 도시의 거주지를 봉쇄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 가족 중 1명만 생필품 등의 구입을 위해 외출을 허용하고 있다.
헤이룽장성 허헤이시는 확진자가 나오자 모든 주민들의 건강앱을 자가격리가 필요한 노란색으로 바꿔 버렸고, 장시성의 한 도시에서는 확진자 1명이 보고되자마자 시내의 모든 신호등을 빨간색으로 바꿔 사람과 차량의 이동을 막았다.
미얀마와 접경 지역에 있는 윈난성의 무역도시 루이리시는 지난 3월부터 봉쇄와 해제가 반복되면서 50만명이던 인구가 20만명으로 줄어 들었다. 한 아이는 9월 이후 74번의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코로나 무관용 정책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인 중난산은 최근 관영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아무리 잘한다 해도 일단 개방되고 해외 사례가 들어오면 반드시 중국에서 감염이 일어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코로나 제로 정책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