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청 복지청책과. 80대로 추정되는 할머니가 구청 직원에게 한마디를 꺼냈다.
상담실로 할머니를 안내한 담당 직원이 "어떤 일로 오셨냐"고 묻자, 할머니는 "기부를 하고 싶다. 독거노인,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돈을 사용해달라"며 흰 편지 봉투를 꺼냈다.
서류를 챙기기 위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난 담당 직원은 봉투 안을 확인하곤 이내 화들짝 놀랐다. 안에는 1억 5200여만원 자기앞 수표가 들어 있었던 것.
담당 직원이 서둘러 돌아가자, 할머니는 이미 자리를 뜬 뒤였다. 서둘러 따라나간 담당 직원은 구청 1층에 있는 할머니를 봤다.
담당 직원이 "잠시 얘기 좀 하시자"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먼저 가야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담당 직원이 재차 "이름만이라도 알려달라"고 말했지만, 할머니는 끝까지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당시 할머니를 응대한 구청 관계자는 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할머님이 급하게 가셔서 무리해서 따라가면 다치실 것 같았다"며 "구청 앞 횡단보도를 건너가 버스를 타고 가시는 것까지 보고 왔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강남구는 강남복지재단을 통해 관내 독거 어르신 등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순균 구청장은 "코로나19로 모든 분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이렇게 훈훈한 미담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해진다"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잘 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