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사업자들이 필수 반영을 요구했다는 조항 가운데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밝힌 '사업 방침'과도 겹치는 대목이 등장한다. 검찰 수사팀은 이 후보의 배임 의혹에 대해서도 예단 없이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대선 정국과 맞물려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檢 "공모지침부터 결탁돼 작성"…7개 필수 요구사항 관철 판단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 1일 유동규 전 본부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하면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공사 전략사업실장을 맡았던 정민용 변호사를 배임 공범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사실상 이들이 역할을 분담해 사업자 공모‧선정‧협약 전반의 과정을 화천대유 '맞춤형'으로 짜고 진행했다고 봤다.특히 공모지침 자체가 화천대유 측에 유리하도록 결탁돼 작성됐다는 게 중요 수사 결론 가운데 하나인데, 수사팀은 사업자 공모 직전인 2015년 초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공모지침서에 포함돼야 할 7가지 필수조항을 직접 전달했으며 공사 실무자인 정 변호사가 이를 실제 반영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봤다. 해당 필수조항 설계자 격으로 특정된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는 구속영장 청구 명단에선 빠졌는데, 수사 협조 상황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사실상 그대로 공모지침서에 반영됐다고 본 필수조항의 골자는 △건설사 배제 △공사의 확정이익 외 추가 이익 분배 요구 배제 △민간 사업자 직접 시행 등이다. 수사팀은 이 요구가 현실화 되는 과정에서 '공사 수익을 더 보장하는 사업자에게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취지의 공사 실무자 의견은 묵살됐다고 봤다. 이후 민간 사업자 선정과정에선 배점 기준 자체가 화천대유가 포함된 컨소시엄에 유리하게 설정됐으며, 유 전 본부장이 심사위원으로 정 변호사와 김문기 공사 개발사업 1팀장을 투입해 불공정한 심사를 주도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사업‧주주협약 과정에선 공사가 취할 수 있는 개발 이익이 축소 또는 배제됨으로써 화천대유 측이 651억원 이상의 이익을 더 챙길 수 있었다는 게 중간 수사 결론이다.
민간요구와 겹치는 '이재명 지침'…檢 판단 아직 공백 "엄정 수사할 것"
이 후보는 지난달 18일 국정감사에서 "비용 부풀리기와 부정거래가 의심되기에 고정이익을 최대한 환수하라, 이게 첫 번째 지침이었고 두 번째는 공개경쟁을 반드시 시켜라. 세 번째로 건설사가 들어오면 문제가 될 수 있기에 건설사 같은 데는 배제하고 반드시 대형 금융기관 중심으로 공모해라 (등 이었다)"며 "그런 지침을 도시개발사업단과 도시공사 합동회의를 통해 몇 차례 제가 강조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필수조항과 이 후보의 지침 사이 인과관계 등 공사의 윗선인 성남시의 역할에 대해선 유 전 본부장 공소장이나 다른 피의자 구속영장에 아직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측은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필수조항과 이 후보 지침이 일정 부분 겹친다는 점을 파고들며 '공사 실무자들이 이 후보의 정책 지침을 따른 것일 뿐, 청탁에 의해 공모지침서가 마련됐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반박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이 3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어떤 논리로 맞설 것인지는 구속 여부를 가르는 변수이자, 향후 수사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중앙지검은 전날 이 후보 배임 의혹에 대해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수사팀은 현재까지 어떤 결론을 내린 바 없다"며 "앞으로도 결론을 예단하지 않고 증거 관계를 바탕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팀이 '공직자의 정책적 판단에 사익추구 행위가 개입되지 않으면 배임죄 인정이 어렵다'는 취지의 판례도 검토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 후보에 대한 배임 혐의 적용에 미리 선을 긋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일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