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없는 두산 마운드에 가을의 구세주 김민규 있다

두산 베어스 김민규.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의 김민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민규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건 작년 KT 위즈를 상대한 플레이오프 4차전이었다.

두산 선발 유희관은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세 타자 연속 안타를 맞았다. 선행주자의 판단 실수에 따른 주루사가 없었다면 선제점을 내줬을 상황이었다.

가을의 승부사 김태형 두산 감독은 곧바로 투수를 바꾸는 과감한 결단을 했다. 그의 선택은 시즌 막판 롱릴리프 경험을 했던 김민규였다.

갑자기 등판한 김민규는 4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KT 타선을 잠재웠다. 두산은 KT를 2대0으로 누르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당시 김태형 감독은 "김민규가 2~3점 정도만 주고 버텨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김민규를 향한 김태형 감독의 감탄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졌다.

두산은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5대1로 앞선 가운데 9회말 수비에 나섰다.

하지만 마무리 이영하가 흔들리면서 점수차가 1점으로 좁혀졌고 1사 1,2루 위기가 이어졌다.

마무리가 무너진 상황에서 김태형 감독의 선택은 김민규였다.

타석에는 박민우가 섰다. 박민우는 그해 타율 0.345를 기록했고 무엇보다 530타석에서 삼진을 48개밖에 당하지 않은 타자였다.

김민규는 그런 박민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포크볼이 기가 막혔다. 김민규는 기세를 몰아 다음 타자 이명기를 범타 처리하고 팀 승리를 지켰다.

김민규는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도 5⅓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타선의 침묵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처럼 김민규의 2020년 가을은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이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김태형 감독은 2021년 위기의 순간 또 한번 김민규 카드를 꺼내들었다.

두산은 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 김민규를 선발로 내세웠다.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친 두산은 1차전에서 4대7로 패해 2차전 승부까지 끌려왔다. 김민규는 외국인투수들이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투수가 부족한 두산 마운드의 구세주가 돼야 했다.

김민규는 4⅔이닝 5피안타 1볼넷 1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김민규는 4회초 득점권 상황에서 송성문에게 빗맞은 안타를 내주고 첫 실점을 기록했다.

그는 5회초 2사 1,3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다음 투수 이현승이 만루에서 이정후에게 싹쓸이 2루타를 내주면서 김민규의 자책점은 3점으로 늘었다.

기록은 평범해보이지만 두산에게는 김민규가 4회까지 키움 타선을 막아준 게 컸다.

두산은 1회와 2회 각각 2점씩 뽑았고 4회말에는 대거 5득점을 올리는 등 경기 초중반 9대1로 크게 앞서갔기 때문이다. 김민규가 버틴 사이 두산 타선이 폭발했고 초반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 만약 김민규가 흔들렸다면 불안요소는 키움보다 두산에게 더 컸을 것이다.

김민규는 "지금은 어떤 선수를 선발로 내도 불안"하다면서도 "김민규가 작년 포스트시즌 중요한 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했다. 믿어야 한다"던 김태형 감독의 믿음에 또 한번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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