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글로벌 백신 원부자재·장비 분야 기업인 '싸토리우스'가 향후 3년간 인천 송도에 3억 달러(약 35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국이 세계적인 백신 원부자재 '생산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인천광역시와 싸토리우스는 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K-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 회의의 사전 행사로 개최됐다. 위원회가 지난 8월 초 출범한 이후 두 번째로 열린 회의다.
싸토리우스는 세포와 바이러스 등을 배양하는 일회용백을 포함해 세포배양배지(세포를 키우기 위해 배양체가 필요로 하는 액체 형태의 물질), 의약품의 불순물과 유해균을 제거하는 제약용 필터, 멤브레인(특정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켜 혼합물을 분리 가능한 막) 등 다양한 원부자재를 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을 북미, 유럽에 이은 '생산 허브'로 삼아 전 세계 수출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서 싸토리우스는 지난해 11월 인천에 1억 달러 정도를 투자하겠다는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이번 MOU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3배 늘어난 투자액으로 계약을 확정지었다.
복지부는 "이번 투자는 지난 9월 싸이티바가 525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또 하나의 글로벌 백신 원부자재 기업이 한국에 생산 및 부대시설을 설립하는 것으로 정부의 'K-글로벌 백신허브화 전략'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호 글로벌백신허브화추진단장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적절한 투자처로 보고 많은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국내 백신 원부자재·장비의 자급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민관 공동 협약식'도 체결됐다.
백신 관련기업으로는 △셀트리온 △SK바이오 △한미약품 △GC녹십자 △에스티팜 △삼성바이오 △LG화학 등이 참여했고 원부자재 기업으로는 △이셀 △동신관유리공업 △정현프랜트 △위아텍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백신 기업은 중소 원부자재·장비 기업의 연구개발과 실증, 사업화에 대한 자문 역할을 맡게 된다. 실질적인 제품화와 글로벌 시장의 판로를 개척하는 데도 적극 협력할 예정이다.
중소 원부자재·장비 기업은 국내 수요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둔다. 국내외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에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아직까지는 품질과 기술력의 차이로 백신 기업들이 대부분의 원부자재·장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4대 백신 대기업이 모두 국내 공급망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판로 확보에 적극 협력하기로 한 것은 타 업종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으로도 산자부와 한국바이오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공동협약서 이행을 위해 '백신 원부자재·장비 상생협력 협의체'를 운영하며 참여기업과 지원범위를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부처별 10대 핵심 유관기관 사이 업무협약을 맺고 글로벌 백신 허브화의 조기달성 지원에 나선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보건복지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무역협회(산업부), 중소기업진흥공단·기술보증기금(중소벤처기업부), 신용보증기금·한국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금융위원회), 한국수출입은행(기획재정부) 등 10개 기관이 함께했다.
국내에서 연구개발(R&D)·금융·산업·수출 지원 관련 모든 유관기관이 참여한 기관장급 협력체 구성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협의체는 향후 분기별로 1회 이상 협의회를 열고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방안을 지원할 계획이다.
복지부 장관과 산자부 장관은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위해 '10대 유관기관장 협의체 협력회의'도 주최한다. 협의체의 운영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필요한 정부 지원사항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부와 유관기관의 유기적 협업을 위해 10대 유관기관에서 1명 이상의 인력을 복지부 글로벌백신허브화추진단으로 파견하는 방안도 각 기관별로 협의,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