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 이홍정 총무 ‘노태우 영결식 기도’ 진통

목정평 등 교계 진보진영, "NCCK 에큐메니칼 정신 부끄럽다" 사죄 요구
진보진영 일각, "5.18 진상규명 누구보다 앞장...일방적으로 몰아세운 것은 가혹"
이홍정 총무, 노태우 국가장 참석 입장 발표 예정

지난 달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하 교회협) 이홍정 총무가 지난 달 30일 국가장으로 치러진 故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 종교예식에서 기도문을 낭독한 것과 관련해 후폭풍이 거세다.

어떻게 1970~80년대 군부 독재정권과 맞서 싸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12.12 군사쿠데타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억압한 노태우 전 대통령을 추모할 수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이홍정 총무의 영결식 참석 이후 개신교계 진보성향의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 에큐메니칼2030 활동가 명의의 성명서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이하 목정평)은 1일 성명에서 "정부의 국가장 결정에 마땅히 항의하고 문제를 제기했어야 할 NCCK의 이홍정 총무는 도리어 영결식에 참여해 사죄와 용서, 화해를 언급하며 이것이 '구원행동의 증표'라 기도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독교민주화운동과 교회의 일치, 연합운동을 주도해 온 NCCK의 에큐메니칼 정신이 참으로 부끄럽다"며, 이홍정 총무의 사과를 요구했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이하 기사련)는 성명에서 "한국기독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께서 국가폭력의 상징과도 같은 인사의 장례식에 참석해 성급한 화해의 메시지를 발표한 것에 깊은 유감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는 "NCCK가 섣불리 용서와 화해를 꺼내 2차 가해를 한 것에 사죄하고, 영결식에 참여해 기도함으로 사실상 가해자를 대변한 사실에 대해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교계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이홍정 총무의 기도문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홍정 총무의 기도문에서 이야기하는 '용서와 화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A목사는 "그 누구보다 노근리 학살사건과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해 힘써온 이홍정 목사 입장을 감안하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자리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이홍정 총무는 실제로 기도문에서 "사죄의 마음을 남긴 고인의 죽음을 계기로 전두환 씨를 비롯한 집단 살해의 주범들이 회개하고 돌아오게 해달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목회자는 "한국교회총연합 소강석 공동 대표회장이 영결식에서 한 설교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이홍정 총무의 행보에 대해서만 예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강석 한국교회총연합 공동 대표회장은 영결식 설교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회개했고 역사와 민족 앞에 참회의 마음을 표현한 노 전 대통령님이 이제 하나님 품으로 갔다"며, "하나님의 따뜻한 품에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소 목사는 또 "기독교는 영생의 종교일 뿐만 아니라 사랑과 용서, 평화의 종교"라며 "고인의 장례 예전을 기점으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과 정의가 입 맞추고 춤을 추는 화해와 통합의 새 역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교계 진보진영 어느 곳에서도 소 목사의 설교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교회협 이홍정 총무의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 기도 논란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교계 진보진영에서는 이홍정 목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에서 사퇴의 목소리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는 현재 고심끝에 노태우 국가장 영결식 참석에 대한 입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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