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거포 김재환에게 최근 포스트시즌 기억은 좋지 않았다. 지난해 NC 다이노스를 상대한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23타수 1안타에 그쳤다. 두산은 준우승에 머물렀고 중심타자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다.
올해 첫 가을야구 무대도 아쉬움 속에서 마무리될 것만 같았다.
김재환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좌익수로 출전했다. 키움은 8회초 좌측 방면 희생플라이 2개로 4대2 리드를 잡았다.
희생플라이 실점은 결코 외야수만의 잘못은 아니다. 박병호의 첫 희생플라이 때는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김웅빈의 타구는 3루주자를 홈에서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을 것처럼 보였으나 김재환의 송구가 불안했다.
김재환은 아쉬움을 타석에서 풀었다.
김재환은 2대4로 뒤진 8회말 2사 2루에서 타석에 섰다. 그러자 키움은 마무리 조상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타자' 김재환은 강했다. 김재환은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조상우가 던진 시속 151km짜리 직구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김재환은 맞는 순간 방망이를 땅에 내려놨다. 그리고 동료들이 앉아있는 1루 덕아웃을 향해 손을 뻗으며 강렬한 눈빛을 보냈다. 시속 163.3km의 발사속도를 기록한 타구는 담장 밖으로 날아갔다. 승부는 그렇게 동점이 됐다.
김재환은 2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고참으로서 벤치 분위기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시즌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며 세리머니를 크게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홈 송구 장면에 대해서는 "어제 일은 어제 일이니까 잊고 오늘 또 새로운 마음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단골손님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하는 입장이다. 외국인투수 2명은 전력에서 이탈했다. 과거 두산의 영광을 이끌었던 베테랑들은 다소 힘이 빠졌고 젊은 선수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김재환의 어깨가 더 무겁다. 김재환의 1차전 8회말 벼락 같았던 스윙은 두산의 저력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김재환은 한국시리즈 진출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오늘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준비하겠다. 어린 선수들이 앞으로 더 많은 포스트시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길지 않더라도 짧게라도 이 포스트시즌을 즐기라고 했다. 잘하면 잘하는 것이고 못하면 보완하면 된다. 후회없이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