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용지 사라지고 수요 예측 실패"…대전교육청 '졸속 행정'

교육청, 대안으로 임시교실 설치…"초등생 2천 명 학습권 침해"
대전 전교조 "시장·교육감 누구도 사과 안 해…잘못된 행정 원인 밝혀야"

전교조 대전지부 등은 2일 오전 대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미성 기자
대전 도시개발 지역 내 '초등학교 용지'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교육청이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다. 학생 수요 예측이 빗나갔고, 이미 확보한 초등학교 용지마저 반납했다.

오는 2023년 4월 대전 유성구 용산지구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인 윤문희씨는 초등학생 자녀의 전학 문제로 속이 타는 실정이다.

초등학교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땅이 갑자기 없어졌다는 것이다.

전교조 대전지부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윤씨가 입주 예정인 용산지구는 현재 분양 중인 2, 4 블록까지 합치면 세대 수가 3500가구가 넘고, 초등학생 자녀는 1천여 명에 이른다.

당시 대전시교육청은 '초등학교에 다닐 학생이 500여 명 정도'라고 예측했다.

교육청은 '빗나간 수치'를 근거로 대전시와 협의해 멀쩡하게 확보했던 초등학교 터를 지난 2019년 1월 반납했다.

교육청은 근처 학교에 이동형 조립식 교실을 설치해 학생들을 임시 수용하겠다는 대책을 뒤늦게 내놓았다.

학부모들은 조립식 건물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을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윤씨는 "간담회 당시 교육청은 학교 부지 삭제에 대한 잘못을 인정했고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 했다"면서도 "시청이 나서지 않아서, 건설사가 나서지 않아서, 녹지 규정이 저래서 안 된다는 등 갖가지 핑계를 대며 지금까지 어떤 대책도 명확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은 어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10개월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학교 터가 사라진 것과 관련해 대전교육청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용산초에서 충분히 수용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면서도 "학교 부지 확보 관련 협의는 계속 진행 중이지만, 그와 별개로 학생을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임시 교실을 설치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최근 임시 교실은 정부 차원에서 증설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내진, 소방, 냉난방 등 일반 교실에 준하는 성능을 충족해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사라진 학교 터를 두고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밝혀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내년 개교 예정인 갑천지구 호수초등학교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전 호수초는 애초 특수학급을 포함해 20학급으로 설계돼 완공됐는데, 국가유공자, 다자녀, 신혼부부, 생애 최초 등 특별공급 비중이 64%(1120명)까지 높아졌다. 이로 인해 400여 명에 불과하던 초등생 수요가 850여 명으로 치솟았다.

교육청은 이곳에도 14학급 규모의 임시교실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도안 지구에 신설 예정이었던 복용초 역시 도안 2-2지구 개발사업이 법적 분쟁에 휘말리면서 개교가 무기한 미뤄지고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2일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 곳의 초등학생 피해자만 도안 2-1지구 700여 명, 용산지구 1천여 명, 갑천 친수2구역 350여 명 등 총 2천여 명에 이른다"며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에 이를 예정이고, 그마저도 임시교실에서 공부해야 하는 용산지구 아파트 입주민 자녀들의 학습권 피해는 누가 보상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지만, 시장과 구청장, 교육감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거나 해명하기는커녕 사과 한마디 없다"며 "대전시와 유성구청, 대전교육청은 도시개발 지역 초등학교 용지 확보와 관련한 잘못된 행정이 왜 발생했는지 낱낱이 해명하고 조속히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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