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韓도 8번타자 포수의 날…키움 이지영이 '미친 선수'였다

키움 히어로즈 이지영. 연합뉴스


한국시간으로 30일 오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구한 선수는 8번타자 포수 마틴 말도나도였다.

말도나도는 경기 중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5대5 동점을 만든 밀어내기 볼넷 타점을 올린 데 이어 7회초 쐐기 적시타를 때리는 등 3타점 활약으로 9대5 팀 승리를 견인했다.

강력하기로 유명한 휴스턴 타선에서 가장 약한 타자로 알려진 말도나도의 깜짝 활약에 휴스턴은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상위 타순에 배치된 타자들이 만든 기회를 하위 타순에 있는 타자가 살렸을 때 팀 분위기는 크게 고조된다.

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살린 것도 8번타자 포수 이지영의 분발이었다.

이지영은 5번타자 송성문의 2루타를 발판삼아 만든 1사 1,2루에서 두산 선발 곽빈을 상대로 깨끗한 중전 적시타를 때려 0의 균형을 깼다.

7회초 1사 3루에서는 3루 방면 짧은 땅볼타구를 때려 3루주자를 홈으로 불렀다.

키움이 올린 2점 모두 이지영의 방망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덕아웃에서 미소지었다.

홍원기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올해 정규리그에서 두산을 상대로 4할 타율을 기록한 이정후에게 얼마나 기대하고 있냐는 질문에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큰 경기에서는 소위 '미친 선수'가 하나둘 나오는데 그 선수가 중심 타선에서 해주면 더 좋지만 하위 타순에서 해주면 팀 분위기가 올라가는 경험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후도 중요하지만 하위 타순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선수가 나타난다면 좋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게 바로 8번타자 포수 이지영이었다.

이지영은 2년 전 포스트시즌에서 가을사나이로 이름을 날린 바 있다.

이지영은 2019년부터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3(33타수 11안타), 4타점, 2득점 활약을 펼쳐 키움의 가을 돌풍에 기여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한 경기만에 끝난 지난해 가을 무대에서는 안타를 때리지 못했지만 2019년 가을의 여운은 진하게 남아 있었다.

이후 경기는 급박하게 전개됐다.

키움은 7회말 김인태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8회초 상위 타선이 힘을 냈다. 박병호가 무사 만루에서 희생플라이를 날려 균형을 깼고 대타 김웅빈 역시 희생플라이 타점으로 팀에 기여했다.

키움은 8회말 마무리 조상우가 김재환에게 동점 투런포를 맞으면서 흔들렸다. 하지만 키움에게는 이정후가 있었다. 9회초 2사 1,2루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로 승부를 결정했다. 이어 박병호가 쐐기 적시타를 날렸다.

키움은 두산을 7대4로 꺾고 와일드카드 승부를 최종 2차전으로 끌고 갔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말한 바 그대로 상하위 타순에서 각각 해결사가 나왔으니 홍원기 감독에게는 잊지 못할 포스트시즌 데뷔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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