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임하는 1년 전의 이정후와 지금의 이정후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해에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렀다. 상대는 LG 트윈스. 이정후는 자신만만 했다. 포스트시즌 고척돔 시리즈를 언급하며 "지면 고척돔의 개인 라커를 비워야 하는데 계속 두고 싶고 남에게 내주고 싶지 않다"는 농담 섞인 출사표도 던졌다.
당시 키움은 정규리그 마지막 날 2위로 도약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시즌 최종전에서 패하면서 5위로 미끄러졌고 결국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키움은 올해도 정규리그를 5위로 마쳤다.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시즌 막판까지 중위권 경쟁을 펼쳤고 최종전에서 5위 SSG 랜더스가 패하면서 극적으로 순위 역전에 성공했다.
이정후는 차분했다. 농담도 자제했다. "오늘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정후는 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작년에는 2위 경쟁을 하다가 마지막에 아쉽게 졌다. 포스트시즌에 나가면 무조건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많이 다른 것 같다. 당장 오늘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 개막이 늦어진 관계로 올해 한국시리즈 역시 진출팀과 관계없이 고척돔에서 열린다. 만약 키움이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하면 이정후는 개인 라커를 비워야 한다.
작년과 같은 질문이 나왔지만 답변은 달랐다. 이정후는 "올해는 말을 아끼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전투력만큼은 작년과 똑같다"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올해 타율 0.360으로 타격왕에 등극했고 정규리그에서는 두산을 상대로 타율 .400을 올렸다.
하지만 이정후는 기록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그건 시즌 때 기록이고 오늘은 단기전"이라며 "특수한 상황이라 시즌 상대 전적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단기전은 투수 싸움이다. 투수가 더 좋은 에너지를 갖고 던진다면 타자가 치기 쉽지 않다. 상대 실투나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친 이종범에 이어 사상 첫 부자 타격왕 등극에 대해서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에 대해 딱히 좋다 안 좋다는 느낌이 없다. 오늘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팀 분위기는 좋다. 시즌 막판 3연승으로 순위 역전을 해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극적으로 진출해 이런 기회를 얻은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일상회복 단계로 접어들면서 관중 입장이 확대된 것에 대해 이정후는 반가움을 나타냈다.
이정후는 "기분이 좋다. 관중이 많으면 집중이 더 잘된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에너지가 쏟아지는 것 같다. 좋은 퍼포먼스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