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이 비상주 감리 계약을 주도했다는 주장이 법정에서도 재확인됐다.
광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정지선 부장판사)는 1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학동 재개발 정비 4구역 시공업체, 하청·재하청 업체 관계자와 감리 등 공범 7명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감리자 차모(59·여)씨에 대한 증인 신문으로 진행됐다.
검찰과 피고인들의 변호인들 모두 증인 차씨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이 비상주 감리 계약을 주도했다는 주장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데 집중했다.
증인으로 재판정에 선 감리자 차씨는 "감리 계약 논의는 계약 당사자인 조합이 아닌 현대산업개발 측과 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이어갔다.
차씨는 "감리 계약 체결 전반을 현대산업개발 공무부장과 협의했다"면서 "애초 상주 감리 비용으로 1억 5천여만 원을 제시했으나 현대산업개발 공무부장이 5천만 원 이하 계약을 제안했다"고 했다.
차씨는 이어 "5천만 원이 넘어갈 경우 조합원 회의를 거쳐 수의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면서 "현대산업개발이 해체 공사를 전담하는 것으로 알았고, 불법 재하도급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참사 당일 밤 현대산업개발 공무부장이 감리자 차씨를 불러 그동안 쓰지 않았던 감리 일지를 작성하라고 자료를 건네며 일종의 조작 지시를 내린 정황도 법정에서 재확인됐다.
차씨는 법정에서 "참사 당일 연락을 받고 현대산업개발 현장 사무실에 가니, 현대산업개발 공무부장이 자료를 건네며 감리 일지를 쓰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차씨는 "붕괴 사고 이전에 감리 일지를 쓰기 위해 수 차례 작업일보를 달라고 했지만 현대산업개발 공무부장은 작업일보를 전달하지 않고 사진 몇 장 건넬 뿐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국회의원(광주 북구을)은 지난달 5일 열린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현대산업개발이 권한이 없다던 해체공사 감리 선정과 사고 원인이 된 비상주감리 결정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과 사고 당일부터 증거 조작을 했다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현대산업개발 공무부장이 감리업체가 선정되기도 전인 2020년 11월 26일 감리자 차 모 씨와의 전화통화에서 감리 비용 산출 문제를 놓고 상의하는 등 비상주 감리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국정감사에서는 현대산업개발 권순호 대표가 '사고 원인 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하던 참사 당일 늦은 밤 현대산업개발 공무부장의 주도하에 감리자 차 씨 등이 만나 증거조작을 한 정황도 도마에 올랐었다.
차씨는 이날 재판에서 해체계획서 검토 소홀 등 철거 현장의 안전을 방치하고 지도·감독 의무를 저버린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8일 재하청 업체 백솔건솔 대표 겸 굴착기 기사 조모(47)씨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현대산업개발 등 업체 3곳과 공범 7명은 철거 공정 전반에 대한 안전 관리와 감독 등을 소홀히 해 지난 6월 9일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의 붕괴를 일으켜 시내버스 탑승자 9명을 숨지게 하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