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안철수의 '무한도전', 그게 정치라서 아쉽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오전 국회 잔디광장에서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최근 한국 정치 10년 동안 이합집산을 가장 많이 한 정치인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때 여의도 정가에서는 '본인만 알고 아무도 모르는 3대 미스터리'라는 농담이 유행했다. 김정은의 속마음과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정치는 아마 본인만 알고 아무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안철수 대표는 2011년 정치에 입문한 이후 2번의 탈당과 3번의 창당을 거듭했고 대선에 두 차례 도전했다. 2014년 새정치연합을 만들었다가 민주당과 합당했지만 친노·친문 세력과 갈등 끝에 탈당했다. 이듬해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2017년에는 바른정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 이후 다시 갈라져 지금의 국민의당으로 돌아왔다.
 
안철수 대표는 1일 대권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세 번째 대선출마 선언이다. 안 대표는 출마 선언문에서 "증오와 거짓과 과거에 머무르는 정치와 결별하고 대전환·대혁신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대통령선거는 단일화 변수가 남아 있지만 4자 구도로 이뤄지게 됐다. 안철수 대표의 출마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야권에는 악재다. 따라서 안 대표는 현재의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자 구도에서 출마 명분과 경쟁력을 입증해야 출마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

'안철수 10년 정치인생'이 줄곧 주창해온 새정치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은 여전히 안철수의 새정치가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정권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안 대표는 지난 17대 대선에서 21.41%의 지지를 받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5% 안팎의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지난 17대 대선 무렵 안철수 대표와 긴 시간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 필자는 그날을 계기로 안철수 대표를 다시 보게 됐다. 안철수 대표는 그날 정치 얘기보다 한국경제의 먹거리, IT산업의 경쟁력과 미래학에 관한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냈다. 안철수를 '정치바보'로만 들어왔던 필자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차분하게 쏟아내는 안철수의 IT와 미래학에 대한 깊이와 통찰력에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안철수의 강의에 빠져들며 "왜 이런 인물이 정치를 하는거지?"라는 의문이 계속 맴돌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오전 국회 잔디광장에서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마치고 더 좋은 대한민국 로켓모양의 그림에 '안전' '미래' '공정' '시대교체' 문구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런 안철수 대표는 정치로 화제가 돌아오면 어김없이 기승전 '문(문재인 증오)'이었다. 정치적 구상과 비전을 얘기하다 반드시 결론은 문재인에 대한 비난과 증오로 매듭지었다. 1일 세 번째 대권도전을 선언한 안철수 대표의 회견문에도 문재인 증오는 빠지지 않았다. 안철수의 새정치가 비단 문재인에 대한 개인적 증오를 극복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차기 대선을 포기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안 대표는 이런 자신의 약속을 뒤엎고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다. 단일화 가능성이 있지만 두 번의 탈당과 세 번의 창당, 세 번의 대권도전으로 점철된 안철수 정치 10년은 무한도전이 아니라 보따리정치에 불과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번에도 새정치를 표방하며 무한도전에 나섰다. '안철수의 무한도전 대상이 정치가 아니라 IT산업과 미래학이었다면 어땠을까?'라고 말하는 지식인들이 많다. 최소한 한국의 스티브잡스는 되었을 것이다. '개척자 안철수의 무한도전이 왜 하필 정치란 말인가?'라는 아쉬움을 끝내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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