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에바스(31)의 아드레날린이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의 창단 첫 우승 티셔츠라는 값진 결실을 낳았다.
kt는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과 1위 결정전에서 1 대 0 신승을 거뒀다. 1989년 단일 리그제 이후 최초의 1위 결정전 승리로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1군 합류 이후 7시즌 만의 정규 시즌 1위다. kt는 제 10구단 시대의 막내로 감격적인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직행을 이뤘다.
쿠에바스의 희생과 헌신이 아니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우승이다. 쿠에바스는 지난 27일 NC와 더블헤더2차전에서 7이닝 12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쳤다. 108개의 공을 던지고 고작 2일만 쉬고 선발 등판한 것이다.
이날 쿠에바스는 무려 7이닝을 소화했다. 투구 수는 99개. 4일 동안 무려 217개의 공을 뿌린 셈이다. 그럼에도 쿠에바스는 이날 7이닝 8탈삼진 1피안타 3볼넷 무실점 투혼을 펼쳤다. 당초 경기 전 kt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가 2~3이닝만 막아주면 좋겠다"고 했지만 두 배 이상을 책임졌다.
8일을 쉬고 등판한 상대 선발 원태인도 6이닝 2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했지만 쿠에바스에는 살짝 못 미쳤다. 쿠에바스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면서 kt는 박시영(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과 김재윤(1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조질 수 있었다.
경기 후 쿠에바스는 "오늘 경기는 끈끈한 동료애로 이길 수 있었다"면서 "팀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준 경기"라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7회 1사 3루 위기로 연결된 우익수 호잉의 실책에 대해서도 "경기하다 보면 언제든 에러는 발생할 수 있고 호잉이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면서 "그것보다 어떻게 투구해야 할까에 집중했고 이닝 뒤 호잉이 '미안하다'고 하길래 괜찮다고 했다"며 의연함을 보였다.
이틀 휴식 뒤 등판에 대해서는 "27일 경기에서 한계 투구 수에 이르러 이번 경기는 불펜 투수처럼 짧은 이닝을 집중해서 던지는 것으로 준비했다"면서 "3회 끝나고 투수 코치가 매 이닝 체크했는데 아드레날린이 분출돼 집중력이 생격 한 이닝 괜찮다고 한 게 힘들겠다 했던 순간까지 던졌다"고 돌아봤다. 당초 3이닝 예정이 7이닝까지 간 것이다.
쿠에바스는 "선발로서는 처음 겪은 일"이라면서 "메이저리그 불펜으로서는 연이틀 투구한 적 있었지만 1이닝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오늘 끝나면 한국시리즈까지 2주 휴식 기간이 있다고 생각해서 가진 힘을 쏟아내자는 마음으로 전력 투구를 했다"고 투혼의 비결을 들려줬다.
7회 1사 3루에서 상대 피렐라를 거른 데 대한 에피소드도 귀띔했다. 같은 베네수엘라 출신인 둘은 볼넷 뒤 대화를 주고받았다. 쿠에바스는 "피렐라가 정면 승부하라고 했는데 '어느 투수가 1사 3루에서 스부하겠나, 너라면 그렇게 던지겠느냐'고 했다"고 웃었다.
감정 기복 단점 지적에 대해서는 "누가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잘못 알고 계실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어 쿠에바스는 "감정 기복이라기보다 경기 내에서 아드레날린이 분출된 흥분 상태가 보여졌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초구 피칭을 하고 나면 거기에만 전념한다"고 강조했다.
쿠에바스는 올해 부친상을 당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에 대해 "올해는 좋고 나쁜 의미에서 미친 시즌"이라면서 "부친상 전까지 좋고 나쁜 상황이 있었고 힘든 시간 보냈는데 그 뒤에는 능력보다 많은 걸 보여줬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그 결과가 우승 티셔츠"라고 입고 있는 옷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