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무소속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받은 50억원의 퇴직금이 하나은행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곽 의원이 역할을 한 대가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화천대유 측 "하나은행, 산은쪽에 가려했다"…이익따라 이합집산
지난달 31일 검찰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2~3월 대장동 민간시업자 공모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놓고 은행 등 금융권 사이에 다양한 이합집산이 전개됐다. 어느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게 이자나 배당 수익이 더 많을지가 관건이었다. 당시 금융사들은 경쟁에 참여한 부동산 개발사 여러 곳과 동시다발적으로 접촉하며 협상을 벌였다.이런 과정에서 하나은행 역시 지금의 화천대유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아니라,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다른 경쟁 컨소시엄도 고려했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화천대유 핵심 관계자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화천대유 임원을 지낸 A씨는 "공모에 참여하는 FI(재무적투자자)들은 서로 간에 막 움직였다. 하나은행도 산업은행 쪽에 붙었다가 메리츠쪽에 붙었다가 했다"고 했다. 이 발언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초기에 나왔다. 하나은행 관계자 역시 "당시 여러 회사에서 찾아와서 컨소시엄을 함께 구성하자고 제안이 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하나은행의 컨소시엄 구성과정이 대장동 의혹을 풀 새로운 열쇠로 부상했다.
산은 컨소 측, 하나銀에 AMC 지분 제안 가능성…高배당 확보
당시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과 경쟁 관계였던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A사의 모회사 B사 측은 하나금융지주 고위 관계자에게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깨고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함께 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게 검찰이 확보한 진술이다.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달라고 요청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곽 의원, 하나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모두 같은 대학 동문이다.B사 측이 하나은행 측에 제시한 비장의 카드는 자산관리회사(AMC)의 지분을 일정부분 내주는 것이다. 자산관리회사는 토지보상, 인허가 등 실무를 담당하는 사실상의 시행사다.
하나은행 컨소시엄에서는 화천대유가 자산관리회사를 맡았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소유주들은 아파트 분양 수익까지 포함해 7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챙겼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금융권이 차례대로 약정된 수익을 가져간 다음 나머지 모든 수익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몫이었다. 이렇다 보니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기관 5곳의 배당금 총액은 32억원에 불과했다.
산은 컨소시엄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제출한 대장동 사업계획서를 보면, 자산관리회사 지분은 산업은행 9.9%, 부국증권 19.9%, 부동산 개발회사인 A사 49.9%, C사 20.3% 등으로 나눠 보유하는 구조였다. 하나은행이 산은 컨소시엄에 참여했다면, 당연히 자산관리회사 지분을 가질 수 있는 구조다.
이를 통해 하나은행은 보통주 몫의 배당이익을 챙길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하나은행 등 금융권이 화천대유와 컨소시엄을 꾸리면서 보통주나 자산관리회사 지분을 요구해 배당이익을 더 나눌 수 있었던 상황으로 보인다"며 "(화천대유와 컨소시엄을 꾸린) 은행들이 이렇게 하지 않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렇듯 실질적인 시행을 담당하는 자산관리회사의 지분을 가지게 되면, 사업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높은 배당수익도 얻을 수 있다. 금융회사로서 어려운 아파트 사업에도 간접적으로 참여해 수익을 나눌수도 있게 된다.
화천대유, 지분 지키기에 안간힘…배당수익과 직결
화천대유의 지분은 사업 초기 자금을 댄 전주(錢主)들도 눈독을 들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화천대유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분 100%를 김씨가 보유하도록 했다.화천대유 관계자는 "금융권 자금이 들어오기 전 수백억원의 사업 자금이 필요했다"며 "개발업자들을 찾아가서 돈을 빌리려 했지만 대부분이 지분을 요구했었다. 화천대유 지분을 줘버리면 이 사람들이 경영에 간섭을 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경영 간섭이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지분을 공유할 경우 투자자들과 배당 수익을 나누는 게 불가피해 이런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