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자원이던 kt 우완 고영표가 결정적 순간에 셋업맨으로 변신했다.
고영표는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SSG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팀이 6점 차로 앞선 6회말 불펜 등판해 3이닝 4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1실점으로 8대3 팀 승리에 기여했다.
5이닝 4피안타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소형준에 이어 롱릴리프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고영표는 올시즌 11승(6패)을 올리며 kt의 토종 에이스 역할을 했던 선수다. 그가 불펜투수로 등판한 것은 2018년 10월 2일 잠실 LG전 이후 1,124일 만에 처음이다.
고영표는 불펜 등판이 다소 낯설었는지 6회말 등판하자마자 첫 타자 한유섬에게 솔로포를 허용했다. 하지만 점차 제구가 안정됐고 특유의 체인지업을 맘껏 구사했다. 총 42개의 공을 던졌다.
고영표가 하루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역투다.
고영표는 지난 28일 NC와 더블헤더 1차전 선발 등판해 7⅓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며 무려 109개의 공을 던졌다.
하지만 고영표는 정규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팀을 위해 기꺼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받아들였다.
고영표는 야구장에 도착한 뒤에야 자신도 불펜에서 대기한다는 사실을 접했다. 출전이 가능하겠냐는 코칭스태프의 요청에 "괜찮다"며 기꺼이 수락했다.
그는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몸 상태도 나쁘지 않아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틀 만의 등판이 부담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팀 우승을 위해서는 상관없다"고 답했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또 고영표가 팀 승리를 위해 희생해줘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kt는 이날 승리했지만 같은 날 공동 1위 삼성도 NC에 11대5 승리를 거두면서 두 팀은 동일한 승률(76승 59패 9무)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두 팀은 31일 대구에서 1위 결정전을 치러 정규리그 우승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