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고영표의 '불펜' 초강수…이미 가을야구 같았던 KT 최종전

KT 위즈 고영표. 연합뉴스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 확보를 위한 마지막 여정은 그 시작부터 마치 한국시리즈를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KT 위즈는 30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SSG 랜더스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8대2로 넉넉하게 앞선 6회말 과감한 투수 기용을 시도했다.

올시즌 선발투수로서 11승6패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 역할을 했던 고영표를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고영표가 불펜에서 등판한 것은 2018년 10월2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1,124일 만에 처음이다.

오랜만의 불펜 등판이 낯설었기 때문일까. 고영표는 첫 타자 한유섬에게 우월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하지만 금세 토종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았다.

KT는 고영표에게 3이닝을 맡겼다. 선발 소형준이 5이닝 2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가운데 고영표가 롱릴리프 역할을 해주면서 불펜 소모를 최소화 했다.

고영표는 이틀 전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7⅓이닝을 소화했다. 다소 무리한 등판이었지만 KT에게는 여유가 없었다. 부동의 1위를 달리다가 미끄러진 실수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 총력전을 선택했다.

마치 포스트시즌을 보는 것 같았던 고영표의 등판은 주력 불펜을 아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마지막 1위 결정전을 위한 계산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전부터 혹시 모를 '타이브레이커'를 염두에 둬야만 했다. KT와 우승 경쟁팀 삼성 라이온즈가 나란히 승리할 경우 31일 1위 결정전을 치러야 하는 일정이 예정됐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은 "(내일을 대비해 투수를) 남겨놓고 하려다가, 오늘이 있어야 내일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준비를 해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KT의 5회초 '빅 이닝'이 결과적으로 마운드 운영에 숨통을 트여줬다. 제러드 호잉의 3점홈런 등으로 대거 5점을 뽑아 점수차를 6점으로 벌리자 마운드 운영도 한층 더 과감해졌다.

고영표가 올해 삼성에게 다소 약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삼성을 상대로 3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7.00으로 부진했다.

KT는 SSG를 8대3으로 누르고 76승59패9무의 성적으로 정규리그를 마무리 했다. 마지막 이닝을 마무리 김재윤이 책임졌다.

KT는 같은 날 NC를 11대5로 꺾은 삼성과 동률을 이뤘다. 두 팀의 1위 결정전은 31일 오후 2시 대구에서 열린다.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이 걸린 단판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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