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3일 개봉하는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이터널스'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터널스'는 기존 마블이 보여줬던 히어로 무비 그 이상의 거대한 서사와 깊이 있는 메시지를 통해 전혀 다른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를 열 예정이다. 지난 29일 화상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클로이 자오 감독과 데인 휘트먼 역을 맡은 매우 키트 해링턴이 참석해 '이터널스'가 보여줄 새로운 시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클로이 자오 감독(이하 클로이): 사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노매드랜드'와 '이터널스' 사이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 '노매드랜드'는 펀이라는 주인공 한 명의 여정을 담고 있지만, 카메라가 그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자연을 촬영하는 걸 보면 주변 사람이나 환경과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펀의 여정을 이어나가는가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이터널스'는 거대한 우주적 스토리를 담고 있고 인간에 관한 큰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크게 간다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서로 맞지 않는 특이한 가족의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물음을 던지는 형식 취하고 있다.
▷ 키트 해링턴은 '이터널스'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
키트 해링턴(이하 키트): 이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과 여러 대화를 나눴다. 내가 연기한 데인 휘트먼은 '이터널스'에서 등장하는 세 명의 인간 중 한 명이다. 인간성이라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가 이 세 명밖에 없는 것이다. 데인은 영화 시작의 지점을 담당하며 영화를 소개하는 역할이다. 데인을 통해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
나는 사실 전 작품에서 격렬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왔는데, 이번 데인 캐릭터는 데인이 접하는 정보들이 어마어마하다. 그런 걸 잘 소화하고 성숙하게 대처한다. 그러면서 인간이란 무엇인지, 인간적인 면모를 잘 표현한다.
데인의 캐릭터에서 좋아했던 부분은, 내가 더 보고 싶고 더 원하는 남성상을 그리고 있다고나 할까? 이때까지 내가 알고 지내며 사랑하는 여자 세르시(젬마 찬)가 수천 년 전에 외계에서 지구로 왔고, 어마어마한 파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사실에 굴하지 않고 그걸 굉장히 쿨하게 대처한다. 또 아주 강인한 여성상에 대해 전혀 위기감 느끼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히려 데인의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지 않나 싶다.
클로이: 사실 원작의 작가인 잭 커비가 당시 했던 그대로, 그가 하고자 했던 걸 그대로 따라 했다. 어떤 의미냐면, 잭 커비가 '이터널스' 코믹스를 세상에 선보였을 당시에는 주류 히어로, 아주 대중적 히어로의 이미지와 대중적 내러티브가 존재했다. 그러나 잭 커비는 거기서 완전히 분리해 주류와 연결성을 전혀 가지지 않는 불멸의 히어로들을 새로 선보였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갖고 존재론적 물음을 던지는 코믹스가 탄생했다.
마블 스튜디오도 나와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 그런 식의 접근이 좋다고 말했다. 타노스가 없어지고 이전 유니버스의 이야기가 끝났기에 더 이상 무언가 고정된 연결성이 없다. 새로운 것을 충분히 시작해도 되고, 그러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때까지 우리가 알던 유니버스와는 또 다른 주변부에 있는 다른 유니버스의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 '이터널스'를 히어로 내에서가 아닌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해석이었을 것 같다.
키트: 내가 이 캐스트에는 늦게 합류했다. 이미 캐스트가 확정된 상태에서 데인이 어떤 식으로 다른 캐릭터들과 스토리에 녹아낼 수 있겠다는 걸 이미 이해한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연기자로서 불멸의 존재를 연기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불가능한 존재가 이러리라 생각하며 연기하게 되면 실제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터널스' 캐스트가 모두 훌륭한 연기자라 생각이 드는 이유가 뭐냐면, 불멸의 존재를 인간적인 면과 관계에 포커스를 두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연기해서 관객들이 더 공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데인은 수천 년 나이를 먹은 사람이 아니라 42살이다. 그렇기에 평범한 인간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이 사랑하는 여자의 이전 남자친구인 이카리스(리차드 매든)와 대면하는 상황을 보면, 전 남자친구가 날아다니는 등 초인적 모습을 보임에도 주눅 들지 않고 앞에 걸어가서 대화한다. 그런 걸 보면 아마 데인은 그냥 평범한 남자만은 아니고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클로이: 길가메시는 우리가 이때까지 보아온 인간 역사 그리고 모든 문화에서 볼 수 있는 강인한 남자의 오리지널 버전이다. 길가메시가 우리가 알고 있는 강인한 남자에 관한 여러 버전의 신화를 탄생시켰다.
우리는 마동석 배우를 '부산행'(감독 연상호)에서 처음 봤다. 서구에서는 정말 엄청나게 인기를 끌면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마동석의 액션뿐 아니라 유머, 카리스마를 확인할 수 있었고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내가 원했던 강인한 남자 캐릭터가 액션뿐 아니라 다층적으로 보이길 원했고, 그래서 유머가 중요했다. 마동석이 딱 그걸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마동석을 검색해봤는데, 유튜브에서 영어로 본인이 오하이오에서 복싱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봤다. 이 사람은 단순한 연기자가 아니라 인생을 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먼저 연락해서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저 가만히 듣더라. 그러더니 맨 마지막에 하겠다고 해서 우리는 만세를 외쳤다. 촬영장에서 마동석이 우리에게 액션에 관해 많은 조언을 해줬다. 그는 우리보다 전문가였다. 마동석의 시그니처 액션 장면은 그에 대한 우리의 선물이자 헌사처럼 일부러 넣었다.
▷ 데인 휘트먼은 '이터널스' 이후를 기대하게 만든 캐릭터다. 이후 MCU 시리즈에 합류하게 될까?
키트: 나도 그러길 바란다. 초반 케빈 파이기와 논의했을 때부터, 그리고 나중에 제작자인 네이트 무어와 마블 페이즈 4에 관해 이야기할 때부터 맞는 배역을 찾고 있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나도 데인을 검색해봤는데 매우 흥미롭더라.
그런데 일단 나는 '이터널스'와 '이터널스'에서 보여줄 수 있는 데인의 모습에만 집중하고 싶다. 너무 기대하면 실망하니, 일단 이번 영화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데인이라는 캐릭터가 끌어낼 게 너무 많은 흥미로운 캐릭터라 나에게 그런 기회가 오길 바란다.
▷ 거대한 세계관 속 '이터널스' 통해 전하고 싶었던 가치나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클로이: 보통 내 영화는 항상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관객분들이 내가 그리고자 하는 메시지보다는 관객분들의 개인적인 느낌과 울림을 가져가길 원한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내게 '클로이 자오 당신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난 '사랑'을 선택할 힘 그리고 사람들의 공감 능력과 사람들이 사랑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에 대해 많은 울림이 있길 바란다. 그런 부분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클로이: 여러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거다. 엄청난 여정이 기다리고 있으니 즐기길 바란다. 이때까지 MCU에 보내준 성원과 사랑에 대단히 감사드린다. 미래에는 정말 흥분되고 신나는 것들이 많이 있고, 가능성은 언제나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마동석 배우 사랑해요! (웃음)
키트: 한국 관객 여러분, 마블 팬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하다. 가서 ('이터널스'를) 즐기길 바란다. 나도 MCU의 일부가 되었다는 흥분을 감출 수 없다. 영화를 보면 MCU에서 볼 수 없었던 정말 유니크한 인물들의 조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감독님이 정말 유니크하고 스타일리시해서 그 역량을 충분히 즐기실 거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