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방위사업청은 이번 시험평가에서 해당 총기가 또다시 불합격할 경우 사업 추진 방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는데, 2017년쯤 추진됐던 외국산 총기 구매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해석된다.
SNT모티브는 이번달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STC-16 시제품을 일반에 공개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현장에서 이 총기를 직접 살펴보며 취재한 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실을 통해 해당 사업 관련 자료를 입수했다.
40년 된 K-1A, 중요임무부대부터 교체…소요결정 뒤 4년 동안 우여곡절
군 당국은 유사시 적지에 침투해 지도부 제거 임무를 맡는 '참수(斬首)작전'을 위해 확대개편된 특전사 13특수임무여단 등에 2형(구매) 사업을 통해 1천여정을 사서 지급하고, 그 뒤 1형(체계개발) 사업으로 1만 5천여정을 도입해 특수부대에서 K-1A를 퇴출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를 위해 2017년 5월 소요결정을 진행했는데, 원래 외국산 총기 2가지 가운데 하나를 구매하는 방식이 유력했다고 전해진다. 벨기에 FN사 SCAR-L과 독일 H&K사 HK416이다.
그런데 2019년 첫 입찰공고가 난 2형(구매) 사업은 외국산이 아니라 국산 구매로 정해져 있었다. 2017년 11월부터 진행된 안보경영연구원 선행연구에서 "처음 제시된 ROC로는 (국산이든 외국산이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ROC가 한 번 수정되고, 2019년 5월 국방기술품질원 선행연구에서 국산 구매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면서다.
사업은 1차 공고에서 유찰됐다. 2020년 1월 2차 재공고가 난 뒤, 올해까지 진행됐던 시험평가에서 군 당국은 SNT모티브 STC-16과 또다른 업체 A사 총기 둘 모두에 대해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그 와중 A사 전직 임원과 대표 등이 총기 사업과 관련된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지면서, 올해 7월에 난 4차 재공고에서는 SNT모티브만이 입찰에 참여하게 됐다.
군 당국은 오는 12월부터 겨울, 봄, 여름에 걸쳐 이 총기에 대한 시험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합격한다면 정식으로 도입을 결정해, 내년 11월부터 전력화된다.
직접 만져보니 그전보다 나아졌지만, 아쉬운 부분들도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ADEX 현장에서 SNT모티브 관계자 설명을 들으며 해당 총기를 직접 살펴봤다.
STC-16은 기본적으로 M16이라는 미군 제식명으로 잘 알려진 AR계열 변형이다. 2019년 ADEX에서 처음 일반에 시제품이 공개됐는데 당시 여러 불편함으로 인해 비판을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탄 폭발가스 힘으로 후퇴했다 전진하는 노리쇠가 제대로 닫히지 못했을 때 이를 강제로 전진시키는 노리쇠 전진기가 없으며, 소음기를 장착할 때 총기 내부 가스 양을 조절하는 기능이 없고, 노리쇠가 후퇴한 상태에서 탄창을 교환한 뒤 재장전하기 위해 누르는 노리쇠 멈치가 방아쇠울 안쪽에 있어 불편하다는 점 등이 지적됐었다.
STC-16은 왼손으로 총을 쏘는 경우를 고려해 노리쇠 멈치 바로 아래에 왼손 검지로 누를 수 있게 탄창멈치를 하나 더 배치했다. 기존 탄창멈치 위에도 노리쇠 멈치를 설치했다. 즉, 양쪽에 탄창멈치와 노리쇠 멈치 둘 모두가 설치돼 있다. 전보다 진보한 셈이다.
총기 내부 가스 양을 조절하는 기능도 추가됐고, 권총손잡이와 개머리판도 표준 규격이어서 사용자가 원한다면 미국 등지에서 다른 제품을 구입해 끼울 수도 있다. 미국은 민수용 총기 시장이 크기 때문에 사용자 편의에 맞춘 부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노리쇠가 덜 닫혔을 때 이를 강제로 전진시키는 기능은 여전히 없다. SNT모티브 관계자는 "군 요구사항에 노리쇠 전진기는 없었다"며 "요구에 따라 추가할 수는 있지만 개발 과정에서 노리쇠가 덜 닫히는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짧은 시간 안에 연발로 화력을 투사하려면 총열이 두껍고 튼튼해야 하는데, STC-16은 이러한 총열까지는 갖추지 않았다. 총열을 무겁게 하면 군이 요구하는 무게에 맞추기 어려워서다.
문제는 STC-16 작동 방식이 '피스톤식'이어서 구조상 '직동식'인 K-1A나 미군 제식 M4A1(3kg 미만)보다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피스톤식이란 탄 폭발가스가 직접 노리쇠를 밀어주는 대신, 내부에 추가된 피스톤이 노리쇠를 미는 방식이다.
탄매가 덜 낀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품이 더 들어가니 당연히 무게는 무거워진다. 군 당국부터 현실적인 ROC를 내야 좋은 총기를 지급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험평가 합격하면 채용, 불합격시 '추진 방안 재검토'…사업 향방은?
시험평가에 합격한다면 STC-16은 정식으로 채용돼 군 특수부대에 보급될 예정이다. 다만 시험평가 그 자체가 이 사업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실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진행됐던 시험평가에서 STC-16은 사격 중 소음기와 노리쇠가 파손된 전적이 있다. 이는 당시 총기가 평가에서 불합격하는 이유가 됐다.
SNT모티브 관계자는 "소음기는 아직 충분히 개발하지 못해 외국산을 수입했는데, 문제점을 보완한 모델로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며 "평가 당시 노리쇠에 실금이 가 파손됐다는 판정을 받긴 했지만 작동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예정된 시험평가에 합격하기 위해 충분히 보완과 개량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다만 방위사업청은 이번 평가에서도 STC-16이 불합격할 경우 사업 추진 방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미 국산 총기를 구매하기로 정해 놓은 방안을 재검토한다면, 바꿔 말해 외국산 총기 구매 가능성이 열린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 사업에서 외국산 총기냐 국산 총기냐를 결정하는 문제가 그동안 큰 쟁점이 돼 왔는데, 2019년 선행연구를 통해 국산 총기를 구매하기로 결정난 뒤 약 2년만에 다시금 외국산 총기 도입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지난 12일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신뢰할 만한 총기를 확보해 줘야 한다"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해외구매 등 모든 것을 고려해 가장 신뢰할 만한 총을 신속하게 들여오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고, 강은호 청장은 "깊게 고려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4차 재공고에서 다시금 국산 총기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업체 보완 가능성과 소요군, 관련 기관 의견을 반영 검토한 결과 국내구매를 재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8월까지 예정된 시험평가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