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세유표(經世遺表)에 담긴 의미

다산의 저서가 500권이 넘는 방대한 분량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에서 세상을 경륜할 방책이라 일컬어지는 대표적인 저작으로 일표이서(一表二書)를 거론하는 것도 보편화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 중 주저를 고른다면 어떤 책일까요. 이에 대한 논의는 확정할 수 없습니다.

법과 제도를 고치고 바꾸어 나라를 새롭게 만들자던 ''유표'',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라도 우리 백성들을 제대로 살 수 있게 해주기 위해 저작했다는 ''심서'', 재판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바라서 저술했다는 ''신서'' 등 세 책 모두 경중을 가릴 수 없이 중요한 책입니다.

''경세유표''는 애초에 ''방례초본(邦禮艸本)''이라고 명명했다가 뒷날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다산 자신은 예(禮)란 법(法)의 상위 개념이니, 방례(邦禮)란 국법(國法)의 다른 이름으로 여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초본이란 ''앞으로 수정하고 손질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을 것''이라는 겸손이 담겨져 있습니다.


경세야 ''나라를 다스린다는 뜻''이지만, 유표(遺表)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본디 ''표''란 문체의 이름으로, 임금이나 나라에 제출하는 정책건의서를 말합니다. 제갈공명의 ''출사표(出師表)''가 바로 ''표''라는 글의 대표일 것입니다.

그러나 죄를 짓고 유배 생활을 하던 다산은, 유언(遺言)으로 남겨 죽은 뒤에라도 국가정책에 반영되기를 바라는 뜻으로 ''표'' 앞에 ''유''를 넣은 것입니다.

''유언으로 올리는 나라를 건질 정책건의서'', 이렇게 풀이하면 다산의 뜻이 반영된 책 이름의 설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살아있는 동안에 건의할 길도 막혔고, 실행할 방법도 없다는 다산의 한이 서린 책의 이름임을 생각하면 다산의 눈물이 고여 있다고나 할까요.

출처 ㅣ 다산 정약용의 일일수행1 (생각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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