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기형아 유발한다?

임상 참가자에게 피임 권고한 사실 알려지며 온라인에서 우려 확산
다수 의료전문가 "피임은 임상시험 관행일 뿐…드러난 문제 없어"

연합뉴스
세계 각국에서 출시를 서두르는 먹는 형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가 향후 방역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내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을 준비하는 정부는 내년 1~2월 도입을 목표로 40만명분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구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일상회복 전환 후 확진자 급증에 대비한 조치다.

그러나 일각에선 치료제의 임상시험 기간이 짧은 탓에 부작용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데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온라인상에는 "유전자 돌연변이 생긴다는데 절대 안 먹는다" "부작용 심한 약 아니던가요 이걸 굳이" 등의 반응이 올라온다.

먹는 코로나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주목…고위험 환자용으로 개발


캡슐이나 알약 형태의 경구용(먹는) 치료제가 각광받는 건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 접근성과 편의성이 뛰어난 데다, 정부나 방역당국으로선 병원 등 방역체계의 부담을 줄여 대응력을 키울 수 있다.

미국 머크와 화이자, 스위스 로슈, 일본 시오노기, 이스라엘 레드힐 바이오파마 등 주요 제약사들이 개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신풍제약, 대웅제약, 진원생명과학 등 8개사도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아직 모두 임상시험 단계여서 출시된 제품은 없다.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로 관심을 끈 셀트리온의 '렉키로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이미 국내 환자 1만5천명에게 사용됐지만, 정맥에 투여하는 주사제 형태다.

경구용으로는 머크가 개발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긴급 사용 승인을 위해 약의 효능과 안전성 등을 심사중이며, 유럽의약품청(EMA)도 동반 심사에 들어갔다.

머크는 이달 초 몰누피라비르의 3상 임상시험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60세 이상 고령이거나 비만, 당뇨,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이 있어 위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고위험군이면서도 증세가 아직 가볍거나 중간 정도인 코로나19 환자 775명에게 투약한 결과 대조군보다 병원 입원 가능성이 50%가량 낮았다는 것이다.

몰누피라비르는 유전암호의 오류를 유도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항바이러스제로 경증·중등증의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로 개발됐다.

머크는 몰누피라비르가 델타를 포함한 모든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에 효과가 있고 인간 세포에선 유전적 변화를 유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상 참가자 피임 권고 보도에 기형 등 부작용 우려 확산


코로나19 치료 알약 '몰누피라비르'. 연합뉴스
그러나 몰누피라비르는 임상시험 결과가 공개된 이후 부작용 우려가 확산했다.

여기에는 머크가 임상 참가자를 모집하면서 남성은 투약 기간 중 성관계를 피하거나 피임을 해야 하고 여성은 임신이나 모유 수유 중이 아니어야 한다며 제한을 뒀다는 국내외 언론 보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당수 독자에게 몰누피라비르 투약 전후로 임신을 하면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 듯하다.

서둘러 코로나19에 대응해야 하는 여건상 개발 기간이 짧아 통상의 신약들처럼 잠재적 부작용을 검증할 기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 점도 우려 요인으로 지적된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몰누피라비르의 잠재적 부작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형아, 암, 선천성 유전병 유발은 긴 시간에 걸쳐서 검증돼야 한다"며 "실제로 어떤 빈도로 얼마나 많이 우리 유전체를 손상시킬지 모르지만 우리가 아는 과학적 상식으로도 매우 심각하게 고려해볼 안전성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치 모든 확진자가 이 약을 쓸 수 있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제론 고위험군만 처방이 가능해 게임 체인저가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가격이나 안전성 면에서 더 나은 국산 셀트리온 치료제를 두고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피임은 임상시험 관행…부작용 등 드러난 문제 없어"


반면 다수의 국내 의료 전문가들은 몰누피라비르의 임상시험 최종 보고서가 아직 나오지 않아 판단은 이르다면서도,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와 정황상 당장 우려할만한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3상 보고서가 나오기 전이지만 동물실험 단계에선 암 발생이나 기형 우려가 높지 않게 나온 것으로 안다"며 "게다가 이 약은 급성기 치료에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어서 암이나 생식독성 우려는 거의 없다. 만약 의심되더라도 주의해서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식약처나 FDA에서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렉키로나와의 비교에 대해선 "먹는 약과 주사제는 투여 방법과 접근성, 편의성 등에서 차이가 있고 임상 연구도 달라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며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두 가지 다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임상 참가자에게 피임을 요구한 데 대해선 임상시험의 일반적 관행이어서 특별히 의미를 둘 사항이 아니란 반응이 다수였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상을 할 때는 통제된 환경하에서 피험자의 조건을 엄격히 정하는 게 일반적인데 몸의 세포 중 복제가 가장 활발한 게 정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피임을 하라고 한다"며 "드러난 부작용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부작용이 있으면 임상에 들어가질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백신이 처음 도입될 때도 12개월 만에 백신이 나올 수 있느냐며 안전성 시비가 있었다. 항바이러스제도 소수의 임상만으로 전부를 알 수는 없고 수천만명이 쓰면서 문제가 발견될 수도 있다"며 "FDA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라 안전성 문제가 있다면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기본적으로 주사나 약을 임상시험할 때 임신에 관계된 어떤 행동도 안 하도록 권고한다.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고 기본적인 조치라고 보는 게 옳다"며 "아직 부작용을 우려할 특별한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몰누피라비르는 타미플루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로 통상 회복을 하루 이틀 앞당기는 정도지 세균을 잡는 항생제에 비해선 효과가 크지 않다"며 "그래도 먹는 약으로 주사를 대신할 수 있고 중증으로 넘어가는 비율을 낮춘다고 해서 생각보다 좋다고 기대하고 있다. 백신 접종, 마스크에 이 약까지 들어오면 큰 힘이 될 거로 본다"고 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머크의 임상자가 적고 짧은 임상 연구로 부작용이 있다 없다 판별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몰누피라비르는 금방 개발이 돼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문제가 있으면 조기에 중단해야 한다"며 "하지만 당장 드러난 큰 부작용은 없다. 인터넷이나 SNS에 가십으로 나오는 얘기로 판단할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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