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국내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 올 2월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약 7개월 동안 만 18세 이상 내국인 4398만 3105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당국은 접종 여부에 따른 예방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미접종군'과 '완전접종군'의 주차별 발생률을 비교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미접종군은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않았거나, 1차 접종 후 면역 형성기간인 14일이 지나지 않은 불완전 접종자로 설정했다. 완전접종군은 기존에 통용되는 의미와 같이 권장횟수대로 접종을 모두 마치고 2주가 경과한 접종자로 규정했다.
방역당국이 예방접종사업 초기부터 최근까지 전체 접종기간을 조사범위로 두고 접종력을 구분해 연령 표준화 방식으로 감염·위중증·사망 예방효과를 대규모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대본의 분석 결과, 지난달 5째주 기준 미접종군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은 완전접종군보다 2.7배 높았다. 확진 이후 위중증으로 진행될 확률은 22배에 달했고, 죽음에 이를 위험도 9.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도에서 유래한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국내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면서 감염을 차단하는 효과는 이전보다 다소 반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델타 변이는 전파력이 비(非)변이의 두세 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대본은 "델타 변이 검출률이 90% 이상을 차지하게 된 지난 6월 말부터 (확진자) 발생률이 지속 증가하면서 감염 예방효과는 60%대로 감소했다"면서도 "중증 및 사망 예방효과는 (지금도)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 '고위험군'에 해당해 올해 상반기 최우선으로 기본접종을 완료한 60대 이상 고령층의 발생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우려했다. 현재 '부스터샷'(효과 보강을 위한 추가접종) 대상자이기도 한 이들의 면역력이 감퇴하면서 '돌파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60대 이상 어르신인 경우, 상반기에 접종을 하시기도 했고 어느 정도 기간이 경과해서 면역이 많이 감소했고, 최근 들어 60대 이상 확진자가 전체 확진자 중 20%가 넘게 다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분들은 대부분 접종률(접종완료율)이 90% 이상으로 돌파감염의 형태로 발병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스터샷 접종에 대한 필요성이 다른 연령층보다 훨씬 높다"며 "접종의 효과나 필요성, 접종을 상세히 안내하도록 지자체와 같이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방대본은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이 다수 입원·입소해 생활하고 있는 요양병원·시설의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는 실태를 들어 추가접종을 꼭 받아줄 것을 당부했다.
정 본부장은 "확진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4차 유행이 한창이었던 9월 말~10월 초에는 20대와 30대의 발병률이 굉장히 높았다. 그런데 급속하게 예방접종이 진행되면서 현재 20~30대의 발생률은 그 전에 비해 3분의 1, 2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19세 이하 미접종 학생들, 중·고등학교에서의 집단감염이 증가하고 있고 여전히 접종률이 낮은 외국인 집단에서의 발생이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감염에 취약한 미접종군이 최근 확진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당국은 이날 신규 확진자가 20일 만에 2천 명대(2111명)로 치솟는 등 단계적 일상회복을 앞두고 재확산 추이가 나타나는 데 대해 접종률 수치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부 완화하고 사람 간 접촉 등이 많아진 것들도 유행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예방접종의 간접 효과를 두고 "접종률이 높아지면 감염을 차단하는 효과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률이 낮았을 때보다는 훨씬 확진자 수를 줄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대본 박영준 역학조사팀장도 "지금 나타나는 상황들은 예방접종 완료자들이 코로나19에 안 걸려서 그로 인해 추가전파가 일어나지 않는 것까지 포함돼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간접 예방효과는 측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서 가시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아울러 백신 접종률 외 델타 변이 등 코로나19 자체의 전파력과 기초 감염재생산지수(Rt) 등의 지표를 연결 짓지 않고 유행상황을 단선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