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두 정부가 선언의 문안까지 조율중이지만 백악관은 여전히 소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 제이크 설리반 안보보좌관은 27일(현지시간) G20정상회의 현안을 설명하는 기자회견 말미에 종전선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답했다. 답변을 놓고 확대해석하는 쪽이 있어서 질문과 답변을 녹취로 풀었다.
▶ 기자: 지난 주 성김 북한특사는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 계속 논의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백악관은 대북정책에 있어 종전선언을 얼마나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나?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
설리번: 나는 대한민국 정부와 집중적인 논의를 한다는 측면에서 너무 공개적으로 가고 싶지 않다. 성 김 대북특사의 최근 논의가 매우 생산적이고 건설적이었다고만 말씀드리겠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스텝들을 위해서는 정확한 순서나 시기 또는 조건에 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근본적으로' 여기 핵심 전략에 대해 입장이 일치해 있다. 또 외교를 통해서만 우리는 진정으로 효과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서도 일치해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외교는 억지력과 동반돼야 한다. 그래서 당신이 제기한 특정 이슈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집중적인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만 말씀드리겠다. I do not want to go too far publicly in terms of our intensive discussions with the Republic of Korea government. I will only say that special envoy Sung Kim's recent discussions have been very productive and constructive. And we may have somewhat different perspectives on precise sequence or timing or conditions for different steps. But we are fundamentally aligned on the core strategic initiative here and on the belief that only through diplomacy are we going to really truly be able to effectively make progress. And that diplomacy has to be effectively paired with deterrence. So on the specific issue you raised I don't want to get into publicly. I will only say we're going to continue the intensive conversation. |
종전선언의 '순서, 시기, 조건'에 한미 두 정부의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근본적' 입장은 일치해 있다며 조심스럽게 생각을 밝힌 것이다.(그는 '근본적으로'라는 단어를 매우 강조했다.)
우리국민 67.8%가 찬성하는(9월 민주평통 여론조사) 종전선언 문제를 백악관이 이렇게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미국내 종전선언 반대론자들의 입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일반인들의 여론도 나쁘지 않다. 이미 미국 국민 76%는 북한핵무기 개발 유예를 조건으로 평화협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7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여론조사)
그러나 미국에서 이른바 '안보장사'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종전선언 반대 목소리가 많다.
미국 언론들은 대부분 종전선언 이슈를 다루고 있지 않지만 VOA(미국의소리)의 경우 반대론자들의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VOA를 통해 목소리를 낸 안보꾼들의 이야기와 그들 논리의 맹점을 정리했다.
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
☞북한 무기에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전쟁을 끝내자는 우리국민들의 생각과는 180도 다른 사고체계다. 북한 무기가 남한에 위협이면, 주한미군과 남한의 무기 역시 북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기초적인 인식이 결여된 언급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금 한반도 평화에 위협적인 요소는 북한의 '전진배치' 병력이 아닌 '핵무기'라는 명백한 사실을 놓고 봐도 그의 주장은 억지로 들린다.
제임스 서먼 전 한미연합사령관
☞전쟁을 끝내는 것 보다 지금의 휴전 상태가 한국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해괴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브루스 크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종전선언은 북한 재래식 무기 위협 감소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고 오히려 주한미군 철수 논란 등을 야기할 것이다. 북한이 휴전협정도 수 천 번 위반했다면(if), 북한이 왜 평화선언을 준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는 북한이 휴전협정을 위반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은 못하고 '위반했다면'이라는 가정법으로 이야기하면서 종전선언 백지화를 예견하고 있다. 그러나 휴전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쪽은 미국이라는 것은 가정이 아닌 역사적 사실이다. 미국이 1960년대 남한에 핵무기를 배치한 사실은 미국 정부문서를 통해 '수 천 번'도 확인이 가능하다. 남한에 핵무기 배치는 '정전협정 13-d항' 파기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
☞가장 솔직한 이야기로 들린다. 미국의 안보 꾼들은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이 약화될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많은 안보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종전선언 이후 최소한 유엔군사령부는 존립의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고 걱정한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 안보석좌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 국방부는 비핵화를 향한 아무런 진전 없이 억지력이 약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할 것이다."
☞전쟁을 끝내면 억지력이 약화된다는 말은 지금의 휴전상태가 억지력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황당무계한 이야기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종전선언이 한갓 종잇장에 불과하고 의미가 없다면 자신은 왜 이렇게 기를 쓰고 반대하느냐고 되묻고 싶다. 종전선언을 비핵화와 연결 지어야 한다면 과거 북한이 핵을 가고 있지 않았을 때는 왜 종전을 하지 않았는지 그에 대한 답변부터 내놓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