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총통은 2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중국 본토의 공격을 받는다면 미국과 다른 지역 민주주의 국가들이 미국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고려할 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방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미국과 광범위한 협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이 총통은 본토가 쳐들어올 경우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 국가로 미국과 다른 지역 민주주의 국가를 지목했지만 주로는 미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차이 총통의 이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중국의 반발을 부른 지 엿새 만에 나온 것이다.
미국은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에 따라 대만에 자기방어 수단을 제공하고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근거를 두고 있다. 다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군사적으로 개입할지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중국의 도발을 억지해왔다.
차이 총통은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와 평화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대만은 혼자가 아니고 이 지역의 대부분의 국가와 가치를 공유하고 지리적으로,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만이 군사적 지원 없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할 수 있는 한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어 "우리와 마인드(생각)가 같은 국가와 친구들의 도움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복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차이 총통은 대만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는데 CNN은 차이 총통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에 미군이 훈련 목적으로 주둔하고 있음을 인정한 총통이라고 보도했다. 차이 총통은 구체적인 미군 숫자는 밝히지 않은 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많지는 않다"고 만 말했다.
미군은 지난해 초 대만에서 미군 특수부대가 군인을 훈련시키는 영상을 게시했다가 삭제한 바 있다. 그해 11월에는 대만 국방부가 미군이 대만에서 대만군을 훈련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달 초 미군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만의 방어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만 현지에서 1년 이상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0여 명 규모라고 언급했다.
차이 총통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원한다면 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거듭 말했고 이것이 양안 관계 관리에 있어 오해, 오판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9일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완전한 조국 통일의 역사 임무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며 틀림없이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이잉원 총통은 이튿날 대만 국경절 기념식에서 "양안관계 현상유지가 우리의 입장"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