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중대형 평수는 서민 위한 임대아파트 아니라고 보고 분양 전환"
28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2017년 6월 성남시 행정사무감사에서 노환인 성남시의원은 "임대아파트가 100%로 들어오기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다가 왜 갑자기 분양 90%로 바꿨냐"며 "(민간업자에게) 특혜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노 시의원은 "공공이 개입돼서 용도지역을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로) 변경해줬으면 최소한 이곳은 무주택자들을 위해 임대아파트로 지어야 한다"며 "왜 갑자기 변경을 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김낙중 성남시 도시개발사업단장은 "당초 계획이 없던 R&D용지나 기반시설용지, 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문제로 사업부지 면적이 굉장히 줄어들다보니 사업을 하려는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사업부지가 너무 줄어 임대아파트에서 분양아파트로 전환하겠다'고 제안했다"며 "검토한 결과 저희가 수용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수용했던 이유는 애초에 식품연구원에서 제안했던 임대아파트가 전부 40평형대 이상 중대형 임대아파트였다"며 "(중대형 평수는) 서민을 위한 임대아파트가 아니라고 보고 분양전환을 시켜줬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이 언급한 R&D용지는 종전 백현동 부지 소유자인 한국식품연구원과 시행사 아시아디벨로퍼 측이 기부채납 하겠다고 제시한 대상이다. 기부채납은 개발사업 진행 시 국가나 지자체가 사업 시행자로부터 재산을 무상으로 받아 공공수익을 확보하는 방식 중 하나다.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2015년 1월 한국식품연구원(백현동 부지 소유자) 공공기여도 산출' 자료에 따르면 당초 연구원은 기부채납으로 R&D용지 5127평(준공공기여 포함 1만254평)과 R&D건물 5000평을 공공기여하겠다고 제시했다. R&D건물 신축을 위한 건축비로는 200억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한국식품연구원 부지가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로 용도 변경이 결정돼 아파트개발이 사실상 확정될 즈음, 약속했던 기부채납에 관한 내용이 다소 바뀌었다.
한국식품연구원과 아시아디벨로퍼가 각각 성남시에 제출한 '2015년 9월 2일자 확약서'에는 'R&D 건물 기부채납은 성남시와 협의 결과에 따라 건물 규모(연면적)를 조정할 수 있으며, 조정된 면적으로 기부채납 한다. 기부채납 방법은 성남시와 협의를 통해 성남시가 정하는 바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2015년 12월 17일 한국식품연구원은 성남시에 'R&D건물과 용지를 기부채납하기로 한 건에 대하여 R&D용지 전부(2만4943㎡)를 기부채납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방식을 제안한다'는 공문을 보냈고, 성남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건물을 포기하고 부지를 추가로 얻기로 한 것이다.
도시건설위원회에서 노 시의원은 "200억원 정도면 R&D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지막에 350억원 가까이 건물 가격이 올라가 사업자 부담이 커지니 (그들의) 돈을 벌어주기 위해…(중략)…성남시가 협조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당시 김 단장은 "건물을 기부채납 받으면 향후 성남시에서 그 건물에 대한 이용이나 효율을 어떻게 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그것에 상응하는 만큼의 토지로 더 기부채납을 받자고 결정이 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350억원대 건물을 포기하고 받은 땅의 일부는 보전임야로, 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성남시는 부지 매각 6년 후인 지난 5월 이 부지를 기부채납 받아 현재 사업계획을 검토 중이다. R&D 용지에 직접 기업을 유치하거나 부지 매각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해당 부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상업용으로 활용할 수 없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17년 성남시의회 행정 감사 "성남시, 사업 시행자 수익 창출해주는 결과 만들어"
현재 제기되고 있는 특정 사업자에 대한 수익 몰아주기 논란은 당시 지역 사회에서도 회자됐던 만큼, 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노 시의원은 "임대아파트를 분양아파트로 (변경 허가)해줬을 때 시행업자들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지에 대해 검토했냐"고 물었지만 김 단장은 "사업에 대한 수익성까지는 저희가 관리계획을 다루면서 검토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당시 행정감사에선 백현동 아파트를 평당 2천만원에 분양을 했을 경우, 사업시행자가 3천억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 계산까지 나왔다. 노 시의원은 "처음부터 시행과정 속에서 쭉 협상해오다가 결국에는 사업 시행자의 수익을 창출해주는 어떤 결과가 됐다"면서 사업자를 위한 특혜를 의심했다.
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업의 민간사업 시행사 성남알앤디PFV는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2187억원에 매입했고 전체 부지의 47%에 12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를 지었다. 당시 평당 분양가는 2500만원 수준으로, '분양 완판'까지 기록하면서 총 분양 매출은 1조264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감사보고서상 누적 분양이익은 3143억원이다.
이익의 상당부분은 시행사 최대주주인 정모씨와 그의 아내에게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정씨 부부가 가진 지분을 통합지분율로 따지면, 성남알앤디PFV 전체의 65%에 해당한다. 이들 부부는 약 32억5천만원을 투자해, 지난해와 올해말까지 702억9천만원을 배당받았다. 투자 지분 대비 배당 수익률이 약 2000%가 넘는다.
당초 성남시는 100% 임대주택을 건립하는 조건으로 2015년 녹지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는 파격적인 용도변경을 허가했다.(준주거지역은 1·2·3종 일반주거지역보다 아파트를 높게 지을 수 있다.) 그러나 허가 이후 약 1년 만에 일반분양 90%로 변경하면서 최종적으로 임대주택은 10%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