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청구한 손 검사의 사전구속영장을 26일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에 대한 출석 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 진행 경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어 "심문 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공수처는 지난 23일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는 "출석해 수사에 협조해 줄 것을 여러번 요청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를 내세워 출석을 계속 미루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고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공수처는 손 검사와 지난 4일부터 출석 일정을 논의했지만 19일까지 확정되지 않자 20일 체포영장을 먼저 청구했다. 이때도 법원은 "피의자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손 검사는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에 "10월 초부터 공수처와 출석 일정을 조율하면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으며 변호인을 선임중이라고 수차례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며 "피의자 조사 등 최소한의 절차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체포영장에 이어 구속영장까지 법원이 기각하면서 손 검사 신병 확보로 수사에 속도를 내려던 공수처의 구상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강제수사인 영장을 남발하면서 무리하게 수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구속영장 기각 이후 "아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추후 손준성 검사에 대한 조사와 증거 보강 등을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재직 당시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고발장 작성과 근거 자료 수집 등을 지시하고, 고발장을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지난달 10일 손 검사의 대구고검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고발 사주 의혹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과 사건 당시 손 검사의 지휘를 받던 검사 등을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