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 피해 유족 "정신질환 관리 못한 국가가 배상하라"

어머니와 딸 잃은 A씨 측 소송 예고
소송 담당 변호사 "경찰의 위법성과 사건 인과 관계를 밝혀낼 것"

연합뉴스
경남 진주에서 방화살인으로 2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안인득 사건의 피해 유가족이 26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수년 전부터 범행 징후가 보였던 중증정신질환자 안인득을 경찰과 지자체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며 국가가 책임을 지라는 내용이다.

지난 2019년 4월 17일 새벽 안인득은 진주 자신의 아파트 거주지에서 불을 질렀다. 안인득은 이어 뛰쳐나오는 주민들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확정됐다.

잔혹한 범죄라고만 인식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국가의 미흡한 대처가 있었다. 안인득은 2010년 공주치료감호소에 입소할 당시 조현병 판정을 받고 2016년 7월 이후 치료가 중단됐는데도 방치 상태에 있었다.

안인득은 결국 환청 등의 증세가 심해져 지난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인근 주민들에게 오물을 투척하거나 욕설, 폭력 행위 등을 지속했다. 주민들은 당시 불안감을 느끼고 8차례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경찰이 정신건강복지법 등에 따라 할 수 있는 전문의 진단 등의 조처를 이행하지 않았다.

치료와 격리가 되지 않았던 안인득은 결국 그해 한달 뒤인 4월 17일 범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또한 갑자기 홧김에 벌인 우발적 범행이 아닌 방화와 살인을 위한 도구를 미리 사놓고 실천한 계획적 범행이었다.

피해 유가족 A씨는 이 사건에서 어머니와 딸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A씨 아내를 포함해 생존피해자들은 영구적인 성대마비와 신경장애, 공황장애 등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

26일 열린 온라인줌 기자회견 영상 캡처
A씨는 이날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눈앞에서 위험을 보고도 외면하고 법대로 하지 않아 나의 가족이 죽어나갔지만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며 "더이상 사랑하는 자를 잃지 않도록 법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소송에 나선 큰 이유에는 개인적 이유도 있지만 안인득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가 관리 미흡으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사건 이후로 정신장애 관련 사건으로 잇따라 나타났고 올해 5월에도 경기 남양주에서 부친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이 소송을 담당하는 법과치유 오지원 대표변호사는 "경찰과 지자체를 비롯한 많은 공직자들의 약속과 다짐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중증정신질환자들을 여전히 가족들의 책임으로만 방치하고 있다"며 "이번 소송에서 경찰의 위법성과 사건 인과 관계를 밝혀 경찰 등 공무원들이 관련 법을 제대로 지키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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