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문을 닫은 부산 수영구 남천동 옛 유수풀장.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역을 대표하는 유원 시설이었지만, 문을 닫은 뒤 방치되면서 지금은 도심 속 흉물로 전락했다.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폐허로 방치된 시설물이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지역 치안까지 위협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도 최근까지 3건 가량 신고가 들어왔는데, 다행히 청소년 비행 등 비교적 경미한 사안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설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으며, 경찰은 지난 2011년부터 옛 유수풀장 부지 일대를 '공·폐가 지역'으로 지정해 특별관리하고 있다.
지구대 순찰 구역에 포함해 매일 순찰하는가 하면, 매달 1차례씩 공폐가 점검을 벌이는 등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력을 투입하고 있다.
실제 2019년에는 해당 시설에 숨어 있던 수배자가 경찰에 적발되는 일까지 발생했고, 경찰은 이후 합동 점검을 벌이는 등 범죄 예방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주민 불안을 없애기 위해 경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지역 안전을 확보하고 치안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환경 개선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은 이미 2011년부터 해당 부지를 공·폐가로 지정해 수시로 순찰을 돌고, 구청이나 소유주에게도 위험 시설임을 알리는 등 관리하고 있다"며 "하지만 치안유지와 범죄 예방 활동만 가능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안전을 확보하고 치안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조속한 재정비나 안전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해당 부지는 인근 남천 삼익비치 아파트 재건축 대상지에 포함됐고, 부지 공동 소유주와 재건축 조합 측은 매매 가격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양측 갈등은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져 현재 매도 청구 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주민 사이에서는 재건축 사업을 앞둔 땅 소유주가 개발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부지를 방치한 채 시간을 끌었고, 결국 그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남천 삼익비치 아파트 관계자는 "개발 사업이 예정되면서 주변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유수풀장 부지 역시 가만히 놓아두기만 해도 땅값이 오르는 상황"이라며 "땅 소유주가 땅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면서 부지를 방치했고, 결국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유수풀장 부지를 공동 소유한 A사는 조속히 안전 조치를 마련하겠다면서도, 개발 이익을 노린 시간 끌기라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A사 관계자는 "부지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해 시설물 보강 등이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이른 시일 안에 안전 조치를 진행하겠다"며 "이미 해당 부지가 재건축 대상지에 포함된 상황이라 당장 다른 개발 사업 등을 진행할 수 없는 것일 뿐, 개발 이익 때문에 땅을 방치해 두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방치된 시설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불만, 경찰력 소모를 초래한 데 대한 비판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