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 뿔났다'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 초유의 리그 중단

올해 KBO 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를 맞았다. 이에 따라 기형적인 리그 운영으로 방송사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역시 초유의 손해 배상 요구에 나섰다. 사진은 잠실야구장 모습. 연합뉴스

결국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결정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모양새다. KBO 리그 중계 방송사가 리그 중단에 따른 손해 배상을 요청하는 역시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프로야구 중계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 4사는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에 리그 중단에 따른 막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 있는 계획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KBO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전격 공문을 발송해 압박에 나선 것이다.

방송 4사의 주장은 최근 시청률 하락과 광고 매출 급감이 KBO 리그 중단과 선수들의 일탈 등 책임이 KBO에 있다는 것이다. KBO는 지난 7월 13일부터 18일까지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30경기를 순연하기로 했는데 이게 리그 흥행에 타격을 입혔다는 주장이다.

당시 NC와 두산에서 코로나19 확진 선수가 나오면서 KBO는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NC와 키움 등 선수들이 방역 수칙을 어긴 게 시발점이었다.

KBO는 "두산은 확진 선수 2명, 격리 대상 선수 17명, 코치진 14명으로 확진 및 밀접 접촉에 다른 격리 대상자 비율이 68%에 이르고, NC도 확진 선수 3명, 격리 대상 선수 15명, 코치진 10명 등 64%가 격리 대상자로 분류된 상황에서 전력이 약화한 두 팀과 대결하는 상대 팀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KBO 리그 운영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가뜩이나 도쿄올림픽 휴식기로 정규 시즌 일정이 빠듯했는데 30경기가 순연되면서 후반기 연장전 폐지, 더블헤더 편성 등 파행으로 이어졌다. 플레이오프(PO)도 5전 3승제에서 3전 2승제로 단축되는 등 포스트시즌에도 영향을 미쳤다.

방송 4사는 더블헤더 편성에 따라 시청률이 낮은 평일 낮 경기의 광고 매출이 급감했다고 하소연한다. 또 "이미 판매된 광고의 환불과 보상 등으로 손해가 막대하다"고 주장했다. 연장전 폐지로 무승부가 속출해 팬들이 실망하는 경기도 적잖았다. 이에 과실에 의한 행위로 상대에게 끼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중계권 계약서 조항에 따라 배상 방안을 수립해달라는 것이다.

KBO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방송 4사의 요청에 대해 이사회에서 사안을 논의했다. 방송 4사는 피해 액수에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KBO가 책임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됐던 리그 중단이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당시 KBO의 결정은 코로나19 매뉴얼을 스스로 어겼다는 점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당사자를 제외하고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는 매뉴얼이다.

1982년 리그 출범 뒤 처음으로 중단 사태가 벌어진 올 시즌 프로야구. 역시 처음으로 방송사들이 들고 일어난 작금의 사태를 KBO가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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