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동규 뜨자 물러난 公기관장들…또다른 "부당해임" 주장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市와 마찰 끝 해임
유동규 '기획본부장' 채용…이사장 직무대행 맡아
공고 후 2주 만에 임용까지 일사천리…"초고속 채용" 뒷말도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대장동 사업을 진두지휘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기획본부장이 사장 직무대리를 맡기 직전인 2015년 초 황무성 공사 사장이 외압으로 중도 사퇴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2010년 공사의 전신인 성남시 시설관리공단(공단)에서 유 전 본부장이 실세로 올라설 때도 석연찮은 인사 절차가 진행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단 이사장은 파열음 끝에 해임됐고, 유 전 본부장은 공단 간부로 일사천리로 채용돼 곧바로 이사장 직무대행 역할을 맡았다. 당시 공단 이사장은 "부당 해임"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이 공공기관의 지휘권을 쥐는 과정마다 해당 기관 전임 총수가 물러났던 것인데, 그 배경을 둘러싸고 물음표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공단은 이재명 성남시장 취임 후 2개월 뒤인 2010년 9월17일 이사회 결정으로 신모 당시 공단 이사장을 해임했다. 사유는 △직원 채용 부적절 △공단 직원 폭행 △공단 업무용 차량 및 물품 사적사용 등이었다. 약 2주 뒤인 9월30일에는 조직 내 2인자였던 박모 사업본부장도 비슷한 이유로 해임됐다. 신 이사장 해임 직전인 8월 시의회에선 '두 사람으로부터 2009년 말 폭행을 당했다'는 직원의 참고인 증언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 직원은 두 사람을 고소한 결과 "기소유예가 떨어졌다. 그래서 저희가 다시 항고했다"고 말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그러나 신 전 이사장은 자신의 해임 배경에 성남시의 부당한 사퇴 압박이 있었고, 이를 거부하자 '찍어내기식 해임'이 이뤄진 것이라며 성남시를 상대로 법원에 해임 취소 소송 절차를 밟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신 전 이사장 해임은 적절했다는 내용으로 '성남시설관리공단 직원 일동' 명의의 2010년 10월27일자 법원 제출용 탄원서가 '유동규 이사장 직무 대행' 체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일부 지역 언론은 공단 간부회의에서 이 탄원서에 대한 직원 서명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과 관련해 신 전 이사장은 전날 통화에서 "새로 시장이 선출되면서 성남시 간부가 와서 사임서를 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며 "나는 '남은 임기가 있는데 사임은 부당하다. 못 물러나겠으니 당신들이 마음대로 하라'했더니 이후 해임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임명권자가 특별한 이유를 들어 사표를 내라고 하면 모를까 그냥 와서 물러나라고 하는 거면 난 사표를 못 내겠다"며 사임을 촉구하는 이유도 시 간부에게 물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해당 간부로부터 "신임 시장이 왔으니 전임 시장이 발령한 인사에 대해서는 사표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처럼 신 전 이사장이 시와 갈등을 빚고 물러난 지 약 한 달 뒤인 10월 15일 성남시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이었던 유동규 전 본부장이 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채용됐고 곧바로 이사장 직무를 대행했다.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 경험이 사실상 경력의 전부였던 유 전 본부장이 채용과 동시에 성남시 중요 산하기관이었던 공단의 조직 운영 전권을 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의 채용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공단은 10월1일부터 8일 동안 기획본부장(상임이사) 모집 공고를 내 같은 달 10일 서류 합격자를 발표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11일 면접심사를 진행해 12일 유 전 본부장을 최종 합격자로 선발했다. 전임 이사장이 물러난 뒤 한 달 뒤, 서류 모집 시점을 기준으로는 2주도 채 안 돼 사실상 조직을 이끌 수장으로 유 전 본부장이 뽑힌 셈이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당시 공단 내·외부에서는 공공연하게 "이례적인 채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2010년 10월 18일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김모 시의원은 시의회에 출석한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채용 '타임라인'을 상세하게 물으며 "아주 그냥 초고속으로 (채용)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절차 등에 하자는 없는 것이냐"라며 추궁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5년 뒤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유 전 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 자리로 올라서는 과정을 둘러싸고 최근 제기되는 의혹도 그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등 중요 결정을 목전에 둔 2015년 3월 황무성 초대 사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사직하고, 유 전 본부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이와 관련 황 사장에게 부당한 사퇴 종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관련 녹음파일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2015년 2월6일 공사 사장 집무실에서 녹음된 것이라며 25일 공개한 파일과 녹취록에는 당시 유한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황 사장의 대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황 전 사장이 "그래 알았어. 내주에 내가 해줄게"라고 하자 유씨는 "아니다. 오늘 해야 된다"며 "오늘이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어느 누구 다 박살이 난다"고 말한다.

야당은 유한기 본부장이 "시장님 명", "정 실장" 등의 언급을 한 점을 고리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그의 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후보와 정 전 실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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