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우리은행은 부상 병동이었다. 에이스 박혜진이 시즌 중반에야 합류했고, 베테랑 김정은은도 시즌 중반 수술을 받으면서 절반 이상을 뛰지 못했다. 당연히 결과도 아쉬웠다. 정규리그를 1위로 마쳤지만,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일단 2021-2022시즌은 주축 멤버들의 부상 없이 시작했다. 박혜진은 여전히 박혜진이었고, 김정은은 위성우 감독의 우려 속에서도 베테랑의 역할을 완벽 수행했다.
우리은행은 25일 하나원큐를 76대62로 격파했다.
경기 전부터 김정은의 몸 상태가 관심사였다. 위성우 감독도 "김정은의 몸 상태는 본인만 안다"고 말할 정도.
하지만 김정은은 22분41초를 뛰며 10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2쿼터 하나원큐 구슬을 꽁꽁 묶었고, 3쿼터와 4쿼터에는 3점포도 하나씩 터뜨렸다. 위성우 감독도 "정은이가 스코어 벌릴 때 고참 역할을 잘했다"고 칭찬했다.
김정은은 "사실 감독님께서 코트에 오면 내 몸 상태를 가장 먼저 물어보신다. 우리 팀 골칫거리"라면서 "수술을 워낙 많이 했기에 '이번에도 되겠지' 했는데 생각 만큼 쉽지 않았다. 티는 안 냈지만, 너무 속상했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면서 조금씩 밸런스를 찾는 것 같다. 이렇게 적게 뛰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벤치에서 관리를 잘해줬다"고 웃었다.
김정은의 말대로 쉽지 않은 재활이었다. 옆에서 지켜본 박혜진의 눈에도 힘들어하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박혜진은 "수술 후 복귀하면서 뛰는 운동을 할 때도 우울해하는 시기가 있었다. 옆에서 보면서 시간이 지나면 언니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을 가지고 운동할 때도 티는 안 냈지만, 너무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면서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이번 시즌에 30경기를 같이 하기로 약속했다. 5분을 뛰어도 좋으니 언니와 마지막까지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다독였다.
몸 상태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노련미로 극복할 계획이다. 공격은 젊은 선수들에게 맡기고, 수비에 힘을 쏟겠다는 각오다.
김정은은 "수비는 어느 정도 노련미가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 팀에는 공격할 선수들이 많다. 시즌 전 어떤 방향으로 나갈까 생각도 했는데 수비로서 도움을 주고 싶다. 우리은행은 수비 컬러가 확실한 팀이다. 후배들이 공격을 하고, 나는 수비적인 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목표는 간단하다. 승리다. 2017년 우리은행 이적 전까지 지는 게 익숙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승리를 꿈꾸는 김정은이다.
김정은은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라면서 "인터뷰에서 목표를 많이 물어보는데 나는 그동안 지기만 하는 선수였다. 은퇴하는 날까지 최대한 많이 이기는 것이 목표다. KB스타즈 원투펀치가 좋지만, 부담은 별로 없다. 우리는 도전자 입장이다. 그냥 즐겁게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